정부가 내년5월부터 외국기업이 국내증시에서도 주식을 발행할수 있도록
하는 구체안을 발표한 것은 내년 7월로 예정된 OECD(경제협력기구) 가입을
앞두고 자본시장개방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기업이 지난 94년 9월부터 포철을 필두로 외국증시에 주식을
상장한 것과 균형을 맞추자는 의도도 곁들여 있다.

"나가는 문"만 아니라 "들어오는 문"도 열겠다는 개방의지다.

이런 조치는 거시경제적으로는 외국인주식투자자금유입등으로 해외자본이
밀려드는데 대한 중화작용으로 자본의 해외유출의 길을 열어놓는 것이기도
하다.

외국기업의 국내증시상장은 국내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먼저 국내투자자에게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한다.

국내에 앉아서도 예컨대 미국의 AT&T나 IBM등 외국우량기업의 주식을 살수
있게 된다.

신문의 주식시세표에서 이들 기업의 이름을 볼수 있는 날이 눈앞에 다가
왔다는 얘기다.

다음은 증시선진화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행태가 먼저선진화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투자자와 국제적으로 동조하는 투자를 할수 밖에 없어서 외국의 투자자
가 선택하는 우량기업에 우리투자자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외국투자자들이 우량기업에 투자해서 해당주가가 오르면 국내증시에서도
그 주가가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발행가 산정방식과 절차도 지금과 같은 각종규제가 대폭 완화될수밖에
없고 발행기업과 주간사회사가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여건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정한 외국기업의 주식발행및 상장요건은 국내기업에
비해 상당히 까다롭다.

개방초기의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뜻이다.

우선 상장요건에서 국내기업은 자본금 30억원이상이거나 자기자본 50억원
이상이면 상장을 허용했으나 외국기업은 국내상장기업 평균자기자본금수준인
자기자본 5백억원이상으로 제한했다.

적격기업요건도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BBB이상의 고득점을 얻은 우량기업
으로 제한했다.

또 발행물량도 국내증시사정에 따라 증관위가 조정하도록 했다.

여기다 원주발행을 금지하고 반드시 원주를 증권예탁원에 맡기고 그증서인
주식예탁증서(DR)만을 거래하도록 했다.

73년 원주상장을 허용한 일본도 이를 의식해 과다한 규제를 하다보니 외국
기업이 이탈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개방초기에는 당장 10개미만의 외국기업주식만이
상장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진국도 전체상장종목중 약10%정도만이 외국기업발행주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6백99개종목중 이수준을 훨씬 밑도는 수준에서 외국기업
주식상장이 이루어질 것이라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 안상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