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의 구조적인 문제인가, 아니면 사회불안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인가"

출판계에 있어 95년은 멀티미디어시대의 출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토록
한 한해였다.

영상매체의 발달과 함께 출판이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찾아온 사회안팎의 불안은 출판계 전체에
현재의 불황이 타개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몰아왔다.

57년이후 사망한 외국작가의 작품에 모두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는
개정저작권법이 생겼는가 하면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가인상, 맥그로힐 등
해외출판사의 한국진출 등 각종 위협요소들까지 불거져 나옴으로써 출판업
회생문제가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현안으로 떠오르게 됐다.

출판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초판발행종수는 2만5,110종,
발행부수는 1억3,517만7,050부로 전년동기 대비 발행종수는 6.2%,
발행부수는 5.2%가 각각 줄어들었다.

이는 91년 이후 초판의 발행종수와 부수가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내용면에서는 문예물이 극심한 불황을 겪은 반면 컴퓨터나 어학, 경제.
경영서 등 실용서가 출판의 주류로 자리잡는 기현상을 빚었다.

올해의 가장 큰 뉴스는 내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개정저작권
법의 국회통과.개정저작권법은 외국인저작물의 보호기간을 확대,
소급적용한다는것.

이에따라 헤르만 헤세, 존 스타인벡 등 소설가뿐만 아니라 사르트르,
미셀푸코 등 저명한 학자, 피카소 등 예술가의 작품에까지 저작권료를
물게돼 국내출판계는 적잖은 손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밖에 종이값이 계속 인상돼 지난해에 비해 제작비부담이 17~18%
늘어났으며 출판시장 개방으로 인한 외국업체의 한국진출 또한 가속화돼
출판시장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10월 오랫동안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해온 파주
출판문화단지의 기공식이 이뤄진 것은 그나마 올 출판계의 수확이었다.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