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자! 전원이 장차 황폐하려 하니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유명한 도연명(365~427)의 "귀거래사"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관직을 훌훌 털어버리고 시골 고향으로 돌아 오는 심경을 4장으로 구성한
이글은 요즘식으로 말하면 세속과의 결별을 선언하는 선언문이나
퇴관성명서라고 해도 좋을듯 싶다.

제1장에서 그는 "실로 길을 잃었으나 아직 멀리가지 않았으니 지금이
옳고 어제는 잘못이었음을 알았노라"고 고백하면서 정신의 해방을 노래
한다.

이어 2장에서는 고향집에 당도해 자녀들의 영접을 받는 기쁨을 그리고
3장에서는 "세상이 나와 서로 맞지 않으니 다시 수레를 타고 무엇을
구하겠느냐"며 세속과의 결별을 선언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다 그는 전원속에서 자연의 섭리를 따라 목숨이 다
할때까지 살겠다는 뜻을 담았다.

도연명은 41세때 팽택현령을 사임하면서 이 글을 지었다.

그의 자서에는 집이 가난하고 아이들이 많아 먹고 살기위해 현령에 부임
했지만 평소의 뜻에 어긋나 곧 돌아가려 했는데 때마침 시집간 누이가 죽어
겨우 80일만에 사임했다고 적어 놓았다.

그러나 또 다른 기록에는 그가 현령으로 있을때 장관이 순행하러 오게되자
"내 어찌 다섯말의 쌀을 위하여 향리의 소인에게 허리를 굽히겠는가"하며
떠났다고 한것을 보면 진나라가 역생혁명으로 송나라가 되는 과정에서
정치적인 소신이 개입돼 있음을 쉽게 알수 있다.

그가 뒷날 송문제가 특별히 불렀어요 두 생의 군주를 섬기려는 것을
부끄러워해 다시 벼슬하지 않았고 죽은뒤에 정절징사로 불렸다는 것도
그런 사실을 반증해 준다.

뒷날 주자는 그런 상황에서도 "귀거래사"에는 하늘을 원망하거나 다른
사람을 탓하는 언급이 전혀 없고 오직 자기가 처한 위치를 편안히 여기고
천명을 즐거워하는 지취가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도연명을 "어질다고
이를만 하다"고 극찬했다.

과거청산과 세대교체의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최근 10여명의
국회위원들이 잇따라 총선 불출마선언을 해 관심을 끌고 있다.

"후진양성"이니 "정치는 고생의 연속"이니 하는 그들의 "퇴진메시지"의
진위야 어떻든 "귀거래사"라도 읊고 싶은 것이 그들의 요즘심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귀거래사"에는 "돌아가자"(귀거래혜)는 말이 꼭 두번 나온다.

그 주자의 해석에 따르면 그 마땅히 돌아가야할 귀처중 하나는 "높은
뜻을 기르고 절개를 지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천명을 즐기는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