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보문단지에 위치한 특1급호텔인 콩코드 호텔은 천년고도에 위치한
현대식 호텔 이미지와는 달리 훈훈한 인정이 따뜻하게 넘쳐 나는 곳이다.

이 회사의 노사 관계는 프랑스 신화에 나오는 화합의 여신 이름에서 따온
호텔명 만큼이나 원만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 호텔은 지난 77년 경주도뀨호텔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후 경주의
대표적인 호텔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88년 노조가 설립된후 90년12월에 국내 호텔중에서는 처음으로
한달동안 파업에 들어가는등 92년까지 계속 분규가 발생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호텔의 파업은 제조업과는 달리 매출 손실을 잔업 등으로 회복할수 없는
특징을 갖고 있다.

90년의 파업은 연말 성수기에 일어나 호텔의 업무를 완전히 마비시켰고
투숙한 손님마저 내보내는 지경에까지 이르러 30억원이 넘는 직접 매출
손실과 92년까지 계속 분규가 발생해 호텔 이미지는 엄청난 손상을 입었다.

종업원도 급여에서 30%정도를 차지하는 봉사료 수입이 격감해 임금 인상
에도 불구하고 사정은 오히려 나빠졌다.

첨예한 갈등은 노사 모두에게 비참함만을 남겼다.

92년 하반기부터 노사 양측은 협력해야 한다는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92년 문을 연 현대와 힐튼등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은 가뜩이나
어려운 영업 환경을 더욱 악화시켜 노사 모두에게 공멸의 위기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노사간은 서로의 생존을 위해 자세를 변화시켰고 신뢰감은 급속히 높아
졌다.

회사측은 회사의 경영 상태와 문제점을 주고받는 월례회를 개최했다.

노조가 요구하는 것이 인사.경영권에 관한 것이라도 정당한 것은 적극
수용해 나갔다.

노동조합도 경영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노조는 회사측과 협의해 근로자와 그 가족들이 콩코드 호텔을 이용할 경우
특급 호텔 회원권에 준하는 각종 우대 조치를 제공하는 노동조합원 우대
쿠폰을 발행, 전국의 노조로 발송해 회원유치에 나섰다.

쿠폰을 지참한 고객에겐 숙박료 25%할인을 포함해 시설 이용료 50%할인,
경주 무료 관광 등 다양한 서비스를 준다는 것이다.

관광 가이드는 상근 노조 간부들이 직접 나섰다.

이들은 여행 전문 가이드로부터 교육까지 마치고 밤낮으로 뛰었다.

중간의 커미션이나 뒷돈 챙기기등 기존 가이드들의 나쁜 관행을 완전히
없앴다.

그 결과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내국인으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게 되고
한번 이용해 본 고객들로부터 고맙다는 편지가 쇄도할 정도로 호텔의
이미지가 점차 좋아지고 있다.

지난 7월말부터 시작된 이러한 노조활동으로 비수기에도 5백여명의 고객을
유치해 경영 개선에 도움을 주었다.

연말에도 노조는 2백여명의 손님을 유치해 예약을 마쳤다.

투숙객의 소개로 호텔을 찾는 고객들도 점점 늘고 있다.

그동안 월간 2억원이 넘던 적자도 올 하반기부터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93년이후 콩코드 호텔은 계속 무쟁의상태로 협력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이 회사의 조남립사장은 옛날을 회상하면서 당시 노조의 요구를 경영권에
대한 침해라고 생각한것이 참으로 어리석었다고 말한다.

조사장은 "회사가 할만큼 해줬다는 생각 자체가 노사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라며 경영자는 많이 주면 더 좋아진다는 적극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태경 노조위원장도 "적자경영상태에서 빚을 내서라도 급여를 꼭 제때
지급하고 가능한 요구는 모두 수용하는 회사의 자세가 원만한 노사관계
정립의 기초가 되었다"고 말한다.

우리의 회사를 우리 손으로 살리겠다는 열의와 주인 의식, 앞을 향한
비전의 제시가 그같은 일을 가능하게 하고있는 것이다.

이러한 노사 화합을 바탕으로 콩코드 호텔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 경주 = 신경원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