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우울했던 올해 주식시장이 27일 씁쓸한 피날레를 울리며 폐장됐다.

연초부터 폭락장을 경험해야했던 투자자들의 심리는 연말추위만큼이나
얼어붙었고 증권사 임직원들 역시 무거운 마음뿐이었다.

"희망사항"이었던 연말상승장세도 비자금파문이라는 직격탄으로 인해
무위로 끝나자 투자자들의 실망은 더욱컸다.

이에따라 폐장일인 이날 각증권사 객장에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예년폐장일
보다 훨씬 뜸해졌다.

허탈감과 실망감에 빠진 투자자들을 위로하기위해 증권사가 마련한 조촐한
다과회도 썰렁한 분위기였다.

<>.4년만에 연말 종합주가지수 연초 수준을 밀도는 등 유난히 침체의
골이 깊었던 올해 주식시장이 27일 오후 3시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폐장식과 함께 종료.

이날 증권거래소내 시장에서는 올해 주식시장을 마감한다는 안내 방송에
이어 홍인기 거래소 이사장이 부저를 울리자 증권서에서 파견나온
시장대리인과 거래소 시장부 직원들이 일제히 매매주문표를 날리며
함성을 지르는 등 전통적인 폐장행사를 연출.

특히 시장 대리인들은 올 한해 증시침체로 유달히 졸인 마음을 달래기나
하듯 땅에 떨어진 주문표까지 다시 날리며 폐장의 시원함과 섭섭함을
표현.

<>.거래소 및 증권업협회 관계자 및 증권사 사장단이 참석한 이날
폐장행사에서는 참석자 대부분이 침울한 표정을 떨쳐버리지 못한 가운데
홍이사장은 올해를 "유난히 힘들었던 해"로 평가.

연영규 증권업협회 회장은 "한해를 마감하는 지금 생각하는 건 지난
날의 마음고생뿐이다"면서 "증권시장 변화의 속도가 갈수록 빨리질 것이
예견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활황이 다시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


<>.증권사들은 올한해 적자경영을 면치 못하자 폐장일 객장에서 열리는
조촐한 다과회비용도 지난해보다 축소시키며 비용절감에 애쓰기도.

지난해에는 지점별로 최고70만원까지 폐장행사비용을 지원했던 LG증권은
50만원으로 지원금액을 축소.

서울증권은 지점별로 50만원한도에서 실비정산으로 지원하되 "가능한한
비용을 절약하라"는 단서를 붙이기도.

지점별로 자율적으로 다과회를 열게한 동서증권은 본사영업부에서는 폐장
다과회를 아예 열지 않기로 결정.

이밖에 대신증권과 현대증권등은 지점에 별도의 비용을 지원하지 않고
지점예산으로 폐장다과회를 열게하기도.

<>.증권사 객장에서 열린 폐장다과회에 투자자들의 발길이 한산해 지난해
폐장파티와는 대조적인 모습.

S증권 본사영업부에서 열린 폐장다과회는 일반투자자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본사부서장들만이 자리를 메워 마치 부서장모임을 방불케하기도.

부산의 한지점장은 "예년같으면 폐장일에 고객들이 빽빽히 시세판주위를
둘러쌌지만 이번에는 겨우 객장의자를 채울정도로 한산하다"고 전언.

광주의 한 증권사지점장도 "상주고객이 많이 있지만 평소보다 폐장일
고객이 훨씬 적다"며 "풍족하지는 않지만 조촐한 폐장파티로 한햇동안
애환을 같이 하려했는데 투자자들이 이제는 증시를 떠난 것같다"고 푸념.

이에 대해 서울 강남의 한 일반투자자는 "정부가 온갖악재를 만들어 주식
시장을 이지경으로 만들어놓지 않았느냐"며 "새해에는 어떤형태로는 주가
회복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력한 불만을 토로.

<>.침체된 주식시장의 폐장분위기는 올한해 각종 시장지표에서 나타나기도.

우선 종합주가지수는 연초대비 무려 14.5%나 하락해 지난 91년이후 4년만에
다시 연말지수가 연초지수를 밑돈 것.

상장기업의 자본금이 11%증가했음에도 주식시장전체의 싯가총액도 한햇동안
5%가 줄어들어 주가폭락을 실감.

고객예탁금은 지난1월3일 2조4천2백60억원에서 지난23일현재 2조1천65억원
으로 감소해 취약한 에너지를 보인 것.

대우증권 투자정보부 이두원차장은 "국내경제성장률이 9%를 넘는 호황인
데다 은행을 제외한 상장기업의 당기순이익이 89%나 증가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종합주가지수의 약세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하기도.

<>.금년도 마지막장이 막판에 상승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은 내년증시에
실낱같은 희망을 거는 모습.

이날 오전장마감무렵부터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데다 배당을 의식한 기관
들의 저가매수세와 종가관리성매수세유입으로 주가가 오름세로 마감된 것.

이에따라 한 투자자는 "배당을 겨냥해 보유주식을 팔지 않았다"며 "주가가
더이상 빠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그러나 증권전문가들이 내년초 증시가 "일시적인 반등은 가능하지만 종합
주가지수 850선을 지지선으로 한 조정기간의 연속"이라는 전망을 내놓자
투자자들은 실망해 하기도.

<최명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