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은 3일오전 청와대비서관들과 출입기자들로부터 신년하례를
받는 것으로 새해업무를 시작했다.

신년하례를 받고는 이어 "역사 바로세우기" "제2의 건국" "대도무문" 등
3가지의 신년휘호를 붓글씨로 썼다.

병자년 새해를 맞이하는 김대통령의 국정운영의지를 나타내는 휘호들
이었다.

글자마다 힘이 들어가 있었다.

김대통령은 청남대에서 보낸 4박5일간의 휴식기간중 새해 국정운영구상의
큰줄기를 마무리한듯 표정도 밝아 보였다.

김대통령은 이날 신년하례를 받는 자리나 수석비서관들과의 오찬에서
정국운영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다만 "올해는 우리나라에 총선이 있고,미국과 러시아에 대선이 있는등
중요한 한해가 될것"이라면서 "한 나라 지도자가 발휘하는 지도력에 따라
국가의 번영과 안정이 있어 왔다"고 말했다.

국가발전은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쉽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강조, 지도력이
흔들리는 총선결과가 나와서는 안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만큼 김대통령의 올해 최우선 과제는 15대총선이다.

총선결과에 따라 김대통령의 집권후반기 국정운영이 좌우되고 여권은 물론
정치권전체의 구도가 달라진다.

청남대에서의 신년구상도 총선에 촛점이 맞춰졌음은 물론이다.

특히 신한국당의 전당대회가 1월26일인 점을 감안, 그이전에 끝내야 할
공천작업에 신년구상의 대부분을 할애한 것으로 전해진다.

안정속의 개혁이란 대전제아래 얼마나 많은 개혁적 신진인사를 영입하고
이들을 보수적인 저명인사들과 합류시킬 것인가가 관심사다.

수도권지역의 20~30대 유권자를 겨냥, 수도권에서 승부를 결정짓는다는
전략이 기존의 여권지지계층인 보수안정세력을 껴안는다는 방침과 상충되지
않도록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지난 연말 개각에서 내각의 안정성에 비중을 두었던 점에 비추어 당의
모습은 세대교체를 통한 개혁에 치중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당은 이번 총선에서 "돈과 조직"이 아니라 "개혁바람"에 기대를 걸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런 점에서 26일의 신한국당전당대회는 당의 면모를 일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이같은 정국운영구상을 비롯한 국정운영방향을 10일을 전후해
기자회견이 아닌 대국민담화나 연두교서형식을 통해 밝힐 예정이다.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