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30".

완성차업체들이 가격경쟁력 강화를위해 앞으로 3년간 원가를 30%
줄이겠다는 경영합리화전략이다.

올해부터 중대형차로 확산되는 국내자동차시장 개방에 대처한 완성차
업체들의 원가절감대책이 자동차부품 전문업체의 목을 조르고있다.

"대기업계열 부품업체는 그나마 괜찮지만 전문업체들은 이제 한계상황에
다다른 것으로 봅니다.

90년대들어 납품단가가 계속 떨어진데다 인건비와 원자재등 생산비는
올라 손익구조가 최악의 상황입니다"

국내최대 가스켓메이커인 극동가스케트의 김은성부사장은 악화되고있는
수익구조로 회사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지난해 국내자동차 생산량이 세계5대국에 접어들면서 부품업체에 대한
외부의 요구수준이 점차 높아지고있다.

자동차대국에 걸맞게 고품질제품을 만들어야하고 가격은 국제경쟁에
대비, 경쟁력을 유지하라는 주문이다.

완성차업체들은 이미 협력업체에 올해 납품단가 평균 3%정도 인하를
통보했다.

그러나 업계의 현실은 이를 따르지 못하고있다.

인건비를 비롯한 원가는 오르고있는 현실속에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완성차업체들의 단가인하 압력을 물리칠 여건도 안되기때문이다.

지난 5년간 대부분 부품업체들의 제품단가는 동결되거나 인하됐다.

볼트 너트등 금형관련업계는 10여년간 가격인상이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자동차산업 호황으로 부품업계도 재미를 보고있는것으로 일반인들은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20여년 사업기간중 가장 어려운 때입니다.

지난해만도 30%이상의 원가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가격은 오히려
10%이상 떨어졌어요"

중견금형업체인 S사의 C사장은 부품업을 하고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지난해 부품시장규모는 한해전보다 10%정도 늘어나 13조원을 넘어섰다
(자동차공업조합).

그러나 부품단가인하와 업체간 경쟁심화로 순익은 오히려 줄어들어
부품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반영하고있다.

만도기계는 지난해 매출이 1조1천6백억원으로 15%정도 늘어났으나
순익은 2백3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두원도 매출이 1천5백억원정도 증가했으나 순익은 늘지않았다.

특히 대부분 중소업체는 순익이 큰 폭으로 줄었으며 감가상각비를
고려하면 적자기업이 수두룩하다고 업계는 밝히고있다.

선일기계의 정옥이사는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구조는 더 나빠졌어요.

완성차업체들의 가격인하 불가피성은 이해하지만 중소업체의 어려운
상황도 고려돼야한다"고 말한다.

삼성자동차의 출범도 부품업계의 처신을 어렵게 하고있다.

업계로서는 수요시장확대로 유리할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완성차
업계와의 구조적 종속관계로 운신이 어려워지고있다.

지난해만해도 삼성자동차와 새로운 협력업체 계약을 체결했다 20여개사가
기존 거래업체의 압력으로 포기하는등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자동차가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간 이상 부품업체를 둘러싼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부와 완성차업체들이 추진중인 부품업체의 대형화도 중소업체들의
생존을 어렵게 하고있다.

현대 기아 대우등 완성차업체들은 경쟁력강화를위해 대형화를 유도,
협력부품사를 대폭 줄일 계획이다.

1차부품업체는 현재 1천8백25개에서 1천2백20여개로, 업체별 평균
3백65개에서 2백44개로 줄어든다.

영세업체의 도태가 불가피해질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완성차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생산량을 늘리면서 협력업체에
증설을 요구하고 있는것도 경쟁력이 약한 업체의 도태를 재촉하고있다.

유성기업의 박기호전무는 "완성차업체들의 증설요구가 있지만 시장전망을
고려할때 섣불리 증설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엄청난 투자비를 들였다가 시장이 안좋으면 중소기업은 대처할 길이
없다"고 말한다.

부품업체들은 올상반기중 계획했던 증설계획을 늦추거나 전면보류하고
있다.

중견업체인 D사는 안산에 신공장을 짓기로 하고 부지를 마련, 설계까지
마쳤으나 착공을 하반기이후로 늦추고있다.

자동차생산량 5위라는 화려한 외형과는 달리 부품업체들은 사면초가에
놓여있는 셈이다.

업계는 대형화도 좋고 가격경쟁력도 좋지만 메이커가 살아야 기술개발도
하고 투자도 할수 있지 않느냐고 하소연하고있다.

자동차공업조합의 고문수전무는 "완성차업체들은 부품업체들의
취약점을 노려 일방적으로 가격인하를 할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 동반자적 인식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 최인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