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그룹 신임회장이 3일 시무식을 겸한 취임식에서 대기업의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회사밖의 유능한 인사를 초빙, 현대그룹의
경영에 참여시키겠다고 했다.

이는 지난해 세계화추진위에서 추진한바 있는 사외이사제를 현대그룹이
국내 기업가운데서 처음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현대그룹의 어느회사부터 도입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해서 이사회를 운영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새해벽두부터 재계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경련등 재계단체는 정경유착을 청산하고 투명경영 정도경영 기반을
다지는 용기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하면서 현대그룹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것 같다.

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대내외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려면 기업스스로 변해야 한다.

사외이사제 도입도 기업변신의 한 방법이자 내용으로 보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지난해 세추위가 사외이사제 도입을 추진했을때 재계는 강하게 반발한바
있다.

본난에서도 기업의 행위를 기업인 스스로에게 맡기는게 옳다고 주장한바
있다.

정부의 의도가 기업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강화하려는데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현대그룹의 사외이사제 도입은 기업 스스로 선택했고 우리는
이점을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대기업의 독단적 경영구조및 행태와 관련돼
있다.

따라서 사외이사제는 경영에 대한 대주주의 전횡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기업의 투자계획, 이익처분등 업무집행의 의사결정및 직무감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걸려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정착되려면 많은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제도의 취지가 좋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경영에 대한 외부견제가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문이 우선 제기된다.

사외 이사를 대주주와 관련없는 인사로 구성한다 하지만 사외이사 선임에
최고 경영자가 관여하지 않을 리가 없다.

회사의 경영정보획득에 한계가 있고 회사의 세부 내용을 잘 모르는 인사가
현실성없는 의견을 내놓거나 주요 경영및 프로젝트에 제동을 거는 경우도
있을수 있다.

또한 회사정보의 사외유출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현재 정부 투자기관에서 사외이사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이사회가 제기능을
다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 제도가 잘못된 것으로 볼 이유도 없다.

어떤 제도든 완벽한 것은 없고 정착에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현대그룹의 사외이사제 도입에 거는 기대는 크다.

제도의 긍정적 측면, 즉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이사회에 참석, 전문적인
견해를 밝히고 또 자유로운 비판이 가능하다면 이 제도의 근본 취지를
살릴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경영에 대한 책임은 기업스스로가 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하는 일에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된다.

현대그룹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이 기업변신, 나아가 기업이미지 전환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