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산업현장에서 두드러졌던 노사화합 분위기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새해 노사관계는 대체로 어둡다는 것이 지배적 전망이다.

경총이 최근 50대그룹 노무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올해 노사관계가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73.4%에 달했다.

이같은 우려에는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민노총의 본격적인 활동개시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공식출범한 민노총은 정부로부터 법적지위를 획득하진
못했지만 그동안 노동계를 주도해온 현총련등 대기업 노조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어 올해 노동계에 태풍의 눈이라고 할수 있다.

특히 강력한 정치세력화 추구등 민노총의 급진적 강령으로 보아 기존
온건성향의 노동계와 노-노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크며 정부와 노-정 충돌을
초래할 우려마저 낳고 있다.

민노총이 강성노선을 채택함에 따라 기존 한국노총도 이들과의 선명성
경쟁을 피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이 최근 경총과의 중앙단위 임금협상에 참여치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그동안 유화적 반응을 보였던 근로자파견제 등의 정부시책에 반대를
표명한 것도 이같은 선명성경쟁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와함께 오는 4월의 총선이 사업장의 임단협상과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다.

으레 선거는 사업장의 분위기를 들뜨게 하고 임금인상의 기대심리를
높여놓게 마련이다.

여기에 노태우씨 비자금파문 이후 근로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악재임에 틀림없다.

이밖에 지난해말에 있은 대법원의 "무노동 무임금"판결과 정부투자기관
노조전임자 축소방침도 노사협상의 새로운 쟁점이 될 소지가 크다.

이같은 노사관계의 부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요인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는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성장이 둔화돼 파이가 작아지면 근로자들의 목소리도 작아질수 밖에 없다.

지난해 2,700여 사업장에서 45만여 근로자들이 노사협력 선언을 하는등
노사화합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기대를 걸게 하는 대목이다.

그간 노사 공히 서로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지 않는 "노사공생"의 노하우를
축적했다고 볼수 있다.

이런 기대감속에서 우리는 오는 8일 새해들어 처음 열리는 중앙노사협의회
를 주목하고자 한다.

이 모임에서 경총은 중앙단위 임금협상을 공식 제의할 방침이지만 노총은
임금협상보다는 정부의 노동정책과 제도개선 요구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한다.

첫술에 배부를 리는 없겠지만 이 모임이 노.사.정.공익 4자로 구성된
최상급 협의회임을 생각할때 적어도 올해 노사관계 흐름의 큰 가닥을 잡아줄
수 있길 기대한다.

노사안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노조의 합리적 노선추구와
사용자측의 불안요인 제거노력이 함께 어우러진다면 올해의 노사관계도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