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유럽에서 비교적 못사는 나라군에 속한다.

그러나 이탈리아국민들은 자기들이 비록 가난하지만 그래도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들의 그런 태도를 비아냥대기도 한다.

그렇지만 로마시내를 돌아다 보게되면 그처럼 자긍심을 가지는 이탈리아
사람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왜냐하면 로마시내의 곳곳에는 우리로 치면 문화재관리국에서 신주
모시듯 하여야 할 세계최고의 유물들이 널려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최고라는 것이 국력의 뒷바침으로서 얼마나 커다란 역할을
하는지 얼른 납득할 수 있는 것이다.

골프를 시작한 이래 필자는 늘 우리 국민들 가운데에서도 세계최고의
골프선수가 나오기를 학수고대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황영조 선수가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우승하였을 때의 감동을
생각해보라.

또 그가 지난 아시아경기 때 히로시마 평화의 공원에서 결승테프를
끊건 순간, 이를 지켜보던 국민들이 하나같이 열광하며 후련해 하던
장면을 떠올려 보자.

어떤 정치지도자가 일순간에 모든 국민들을 그토록 행복하게 해 줄수
있겠는가?

만일 우리나라 골프선수가 브리티쉬나, 매스터스, US오픈 또는 PAG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골퍼들뿐만 아니라 골퍼가 아인 일반
사람들도 비슷한 긍지와 힘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몇해전 테드오가 US오픈에 출전하여 잭 니콜라우스
등과 함께 라운드하던 모습을 보았을 때 흥분과 감동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런 일이 있은 뒤 미국에서 만났던 어떤 교민으로부터 이제는 미국
사람들이 자신의 성이 "오(OH)"라고 하여도 고개를 갸우뚱 거리지
않게 되었다는 우스개소리를 듣고는 다시한번 세계제일의 골퍼가
나오기를 기대했었다.

그런데 그 무렵 테드 오와 자웅을 겨루던 타이거 우즈는 스테퍼드라는
명문대학에 들어갔고 그후로도 승승장구하여 1995년도에는 매스터스
에서도 각광을 받았음에 반하여, 테드 오의 이름은 보이질 않는다.

"테드 오는 골프를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기억속에서 멀어지고 있다.

95년도 골프시즌이 마감될 무렵 골프매거진에서는 세계100대 골프장의
리스트를 발표했다.

그 중에 일본의 골프장은 네 개나 들어 있었다.

특히 멕시코의 "CABO DEL SOL"골프장은 1993년도에 개장된 신설골프장
인데도 당당히 68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필자는 그것을 보며 몇해전 페블 비치에서 가졌던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제주 중문골프장도 코스설계를 다듬고 운영방법을 개선하면 세계적
명문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뿐이라는 생각이다.

더나아가 제주 중문골프장을 삼성그룹에게 맡긴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새해가 맑았다.

새해에는 이글을 읽는 모든이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기원하면서
아울러 이 나라의 골프도 여러가지 면에서 세계제일이 되는 전환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