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단순한 상품광고가 아닌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들의 홍보활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증권시장에서 떠도는 루머에 대해 마지못해 부인공시를 내곤하던
상장회사들이 종전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주요 투자기관의 펀드
매니저들을 초빙하여 자사의 사업계획과 미래의 청사진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로 탈바꿈하고 있다.

기업정보의 유출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경영의 실상을 투자자들
에게 솔직하게 알리는 것이 기업이익에도 부합된다는 점을 뒤늦게나마
깨달은 듯하다.

기업이 기존주주 또는 잠재적 투자자에게 경영내용이나 전망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회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자본조달비용을 낮추고자 하는 일련의 시도를 기업설명회(IR: Incestor
Relations)이라 부른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볼때 기업의 IR활동은 법적 공시제도가 갖는 공백을
보완해 주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예를 들어 공인회계사의 감사의견이 첨부된 재무제표는 해당기업의 재무
상태와 경영실적을 투자자들이 쉽게 파악할수 있도록 해주는 대표적인 공시
제도라 할수 있지만, 투자자들은 재무제표가 갖는 본질적 한계 때문에
전적으로 이에 의존하기는 곤란하다.

기업의 내재가치는 경영자의 능력 기술수준 신제품 개발 향후 사업계획
등의 비재무적요소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다양한 IR활동을 통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이러한
정보들에 접할수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IR활동과 관련하여 투자자들은 다음 사항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 각종매체를 통한 기업들의 홍보자료들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장미빛
청사진만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료들은 단지 경영자가 주장하는 내용일뿐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이들 자료를 여과없이 맹목적으로 과신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둘째 원래 IR활동은 기업의 홍보성 뉴스만이 아니라 부정적인 기업정보에
대해서도 솔직히 설명하고 투자자들의 이해를 구함으로써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호간의 신뢰관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쁜 정보일수록 빨리 알리는 것이 시장에서 악성루머가 번지지 않도록
하는 최선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호재성 항목만을 지나치게 부풀려
발표하는 것은 IR활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건전한 IR문화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투자자들도 목전의 이익만을 생각하여
호재성 발표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긴 안목에서 투자자들을 소중히 여기는
정직한 기업을 인정해주는 풍토를 만들어야 하겠다.

유재권 < 공인회계사.삼일회계법인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