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의 대결은 예상과 달리 언제나 불꽃튄다.

1대1의 상황에서 맞은 제3국은 특히 그랬다.

5일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제3기 한국이통통신배 배달왕기전
결승3국에서 다시 마주 앉은 이창호, 조훈현 두 기사는 오로지 반상에만
시선을 둔채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접전을 벌였다.

이칠단은 배달왕 3연패의 위업달성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싶을 것이고 조구단은 이미 다른기전에서는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는
터라 배달왕만큼은 꼭 차지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예측불허의
열전으로 이어졌다.

이 바둑은 초반은 바둑팬들에게 매우 익숙한 모양으로 진행됐다.

배달왕기전을 포함한 두 기사의의 도전기에서 수없이 선보인 모양이
23수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흑24로 이창호 칠단이 변화를 보이면서 30까지 새로운 모습으로
일단락됐다.

폭풍전야처럼 조용히 진행되던 바둑은 조훈현 구단이 우변33으로 세력을
펼려고 하자 이창호 칠단이 34로 응수한 것을 시작으로 우하귀일대까지
밀고 당기는 공방전의 양상이 됐다.

대국중반 이칠단이 80의 강수를 들고 나오자 조구단은 장고끝에 81로
물러섰는데 검토실에서는 한줄 오른쪽 위로 반발하는수도 있었다며
아쉬워하는 모습.

조구단은 109로 상변에 침투하며 승기를 잡으로 했지만 이칠단의
예상 못한 3단젖힘 (112)으로 맞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이날 대국역시 PC통신 하이텔을 통해 김수영 칠단의 명해설로 생중계
됐다.

이날 대국이 결승5번기의 분수령이 되는 대국이라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해설도중 2번이나 프로그램이 다운될 정도로 회선사용의 폭주를 보였다.

해설도중 내는 퀴즈문제의 응모자도 평소보다 2배정도 늘었다.

< 백광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