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국이 새해벽두부터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무라야마총리의 전격사임은 일본정계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 틀림없다.

무라야마총리가 이날 물러난 것은 소수당출신총리로서의 한계를 스스로
절감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라야마총리는 총리직을 수행하면서도 스스로 지도력을 발휘하기보다는
자민당에 이끌려다니는 약세총리로서의 설움을 면치 못해 왔다.

또 최근 주택금융전문회사의 부실처리를 위해 재정자금을 도입키로 한데
대해 야당과 여론으로부터 따가운 질책을 받아온 점도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라야마의 지도력과 관련 그의 사임설은 이미 여러차례 나돌았다.

그러나 조기사임및 조기총선거는 사회주의체제국가들의 붕괴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하강추세에 있는 사회당의 당세를 더욱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자의반타의반식으로 총리직을 고수해 왔다.

무라야마총리가 이날 사임발표와 함께 "차기총리는 제1당에서 나와야 한다"
고 강조하면서 하시모토자민당총재를 지원키로 한 것도 강한 총리의 필요성
을 절감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5일 열린 3당당수회담에서는 차기총리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하시모토총재가 차기총리로 취임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시모토의외에는 연립여당내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시모토총재가 총리에 취임할 경우 일본정국은 재편의 소용돌이가 더욱
거세지는 한편 보수우익화도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립여당을 이끌게될 하시모토와 통합야당을 이끄는 오자와 이치로
신진당당수가 자기고집이 강한 스타일들인데다 보수우익주의자들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시모토와 오자와는 우선 총선거문제를 둘러싸고 일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연립3당측은 이날 당수회담에서 총리가 바뀌더라도 연립체제는 그대로
유지하고 중의원을 조기에 해산치도 않기로 합의해 놓고 있다.

현시점에서 선거를 실시할 경우 여당(특히 사회당)측에 대응시간이 부족
하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조기총선거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이치로신진당수는 이날도
"연립정권은 조속히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지난7월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던 신진당의 상승세를 그대로 밀고가자는
계산이다.

두사람의 전면등장은 여야간의 정쟁을 격화시키게 될 것도 틀림없다.

두사람은 일본정치인으로서는 드물게 카리스마를 보유하고 있는 인물들
이다.

더구나 오자와는 권모술수에 능한데다 선거의 귀재란 닉네임을 갖고 있고
하시모토는 대중적인 인기를 기반으로 양보를 모르는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다.

두사람간의 충돌이 무라야마-가이후란 대립체제처럼 조용히 넘어가기란
상상키 어렵다.

일본 전체적으로도 우익무드가 확산될 공산이 크다.

두사람은 개헌파다.

호헌파이자 평화주의자란 이미지를 갖고 있는 무라야마수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자위대의 활동영역확대등을 중심으로 하는 개헌논의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일본정가내의 재편움직임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자민 사회 사키가케등이 연립체제유지를 공언하고 있으나 사회당에는
우익성향의 하시모토총재에는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최근 당수선거를 치른 신진당역시 내부가 둘로 갈라져 있다.

당수선거에 직접 나섰던 하타전총리및 호소카와전총리를 중심으로 오자와의
전횡에 대항하는 세력이 형성돼 있다.

사회당은 이미 현재의 당을 해체하고 신당을 결성키로 확정한 상태다.

무라야마총리의 사임과 하시모토총재에의 바통터치는 정계의 이합집산을
가속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 틀림없다.

[ 도쿄=이봉구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