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3년간 우리경제는 큰 폭의 국제수지적자나 물가상승을 동반하지
않는한 경기수준의 하락을 피할수 없을 것이다.

경기순환주기와 주요시장상태,국제경쟁력의 변화 때문이다.

더구나 세계경제가 통합되고 산업구조가 격변하는 과정에서는 산업공동화의
위험이 커지면서 오랜 세월 우리경제를 이만큼 성장하도록 뒷받침해준 분야
에서의 실업자 증가는 불가피하다.

물론 우리 정부가 나름대로 대응책을 찾을 것이고 경제주체들의 적응노력
또한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정치의 계절에서 제대로 된 방안이 실천되긴 어렵기 때문에 이럴때
일수록 실속있게 기대해 볼만한 곳은 "기업가정신의 발로"뿐이다.

그런데 어려운 상황일수록 투지를 불태우는 특출한 소수의 기업가를 제외
한다면 한 사회 전체차원에서 기업가 정신의 발로를 기대하려면 어느정도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게 중요하다.

새로운 기업을 만들든지 기존기업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든지간에
새로운 사업에의 도전은 높은 위험을 수반한다.

따라서 성공할 경우의 수익이 크지 않다면 도전은 일어나지 않는게 당연
하다.

여기서 수익이라면 창업자이득 같은 금전적인 것도 있고 기업이나 기업가에
대한 사회적 존경같은 무형적인 것도 포함된다.

조금만 남보다 이익을 많이 내면 무엇인가 특혜가 있는게 아닐까라는 시각
을 갖고, 이질적이고 별난데가 있으면 억눌러 버리고, 기존의 시스템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반역기질로 간주하려는 사회풍토나 행정편의적 정보의
자세는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

기업가정신이 우리사회에 충만하려면 이윤원리와 시장메커니즘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해도 체계적인 사회적 프로그램은 꼭
필요하다.

첫째 구조적 변환기에 있어서 새로운 기업을 많이 일으키고 그것이 뿌리
내리도록 하려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독립심이 강한 인재를 꾸준히
공급하는 사회체제를 만드는게 중요하다.

동시에 그러한 벤처기업들에 리스크머니를 원활하게 공급할수 있는 금융
시스템을 갖추는데 또한 필요하다.

전자, 즉 창업자유형의 인재를 양성하려면 먼저 교육풍토가 바뀌지 않으면
곤란하다.

어릴때부터 자립심을 키워주고 실험이나 경험을 강조하며 현실적 여건에서
사고를 하도록 훈련해야 한다.

대학도 지역마다 특성을 살려 새로운 비즈니스의 싹을 부화시키는 연구
기능을 강화함과 동시에 기업의 설립에서 운영에 이르는 실무적 노하우를
배울수 있게 하는 과정이 대폭 늘어나야 할것이다.

또 인재는 사회내에서 유동성이 높아져야 한다.

연구자.학자들과 기업경영자들의 상호전직이 좀더 쉬워야 사회적 효율성은
상승할 것이다.

또한 인재에게 주는 인센티브는 좀더 강해져야 한다.

주식옵션제도의 도입, 개인소득세의 누진도 완화, 창업기간중인 기업
(예:보통은 3년,특별한 업종은 7년)에 대한 세제상 우대조치는 있는게 당연
하다.

후자, 즉 창업회사가 부화하는데서부터 제대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필요로
하는 소위 리스크 머니를 공급하는 금융체제를 갖지 못한다면 경기하강과
구조조정이 겹치는 시기에 우리사회는 안정성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어 리스크머니를 공급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로 인한 투자손실이
있을 경우 다른 소득에서 공제하거나 다음해 이후의 소득에서 공제해 그
투자회수시기가 늦을수록 강력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게 옳다.

물론 점두시장이나 공적 신용보증제도의 확충.개혁도 요망된다.

둘째 과제인 기존기업의 신규사업활성화를 위해서는 사회가 직접 할일
보다는 기업내부에서의 자기변혁이 더욱 우선해야 한다.

맨 먼저 할일은 경영의 목표를 수익성위주.고부가 가치지향, 정보통신.자원
절약.환경이나 생물산업.건강관련 분야등 지식집약.기술집약.서비스 집약
산업으로의 전환에 맞춰야 한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는 인재 자금력 기술이나 조직에 관한 노하우를 집약
하고 있는데다 사회적 신용력이나 지명도를 갖는 만큼 이들 자원을 기반으로
해서 회사 내에서 새롭게 꿈에 도전하려는 분위기를 꾸준히 만들고 그에
상응하는 권한을 주는게 필수적이다.

물론 이러한 분위기가 정착되려면 조직은 분명히 수평적이어야 하고 사업의
성공에는 유연한 행동보장과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뒤따라야 한다.

한편 신규사업을 일으키려면 의욕만으로는 부족하므로 과학적으로 발굴하고
아이디어를 실용화수준으로 승화하는게 필요불가결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구부문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결국 지적재산권의 획득이나 우수한 예측모델의 개발로 인해 얻은 수익의
일부는 그 아이디어제공자, 개발자, 사업추진자에게 환원하는 등의
인센티브가 부여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기업들만이 신규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아이디어나 추진에너지가 부족하고 조직적 경직성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
이다.

따라서 대기업들은 벤처기업가를 적극 물색해서 자금력 인재 경영노하우
판매루트 생산설비 빠른 의사결정등의 특징을 살리면서 상호 보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는 대기업종사자들의 관료주의적 태도를 시정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붙는다.

앞으로 소비자만이 아니라 기업과 거래하는 하청업자 전문서비스 제공자
지역사회구성원등 내외관계자 모두가 왕이라는 생각을 갖고 사업을 수행해야
하는 시기, 즉 디플레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기업의 부가가치는 아무리 사소한 분야라도 기업내외의 모든 활동에서
사전적으로 계획돼 진지하게 집행되어야 하는 만큼 대기업들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공공부문및 사회적 효율성제고의 핵심이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