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와 사진과의 인연은 6.25전쟁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명한 딘소장이 이끌던 미군24사단에서 배속장교로 근무중이었다.

그때 한 미군으로 부터 지금은 이름조차 귀해진 독일제 레치나카메라를
입수한 것이 사진과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다.

그때부터 40여년동안 사진은 내 삶의 한귀퉁이를 차지하며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 동반자가 되어왔다.

오랜세월 필자의 지기가 되어온 사진을 찍기 위해 요즘도 바쁜 일상을
쪼개 전국을 다니고 있는데 주로 풍경에 조리개를 맞추고 있다.

사진분야가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추세지만 필자는 산과 물, 흙과
공기가 주는 교훈과 경치가 너무 좋아 계속 풍경사진에 몰두해볼 작정이다.

다행히 사진을 좋아하는 회원들의 모임인 한국사진작가협회의 이사장
이라는 중책을 맡으면서 인생의 희락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국사진작가협회는 서울의 본부 외에 전국 52개 지역에 지부조직을
두고 있다.

전국의 회원은 3천1백여명에 이른다.

서울과 전국에서 각 지부별로 연간 3~4차례씩의 사진전람회 세미나 등
각종 행사를 펼치며 서로의 기량을 북돋우고 격려하고 있다.

필자는 부족하나마 오랜 시간 틈틈이 사진을 찍어오다 보니 이젠
여섯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도록은 4권가량 펴낸 것으로 기억된다.

부족한 점도 많지만 반평생의 예술활동이 이런 결실로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에 미치면 한편으론 흐뭇한 회포도 없지 않다.

부산 대구 광주등 전국 15개 대단위 지부에서 펼쳐지는 행사에는
빠짐없이 참석하고 회원들을 격려하는 것이 이사장의 책무라는 생각에서
두루 다녔지만 조그만 도움이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번을 이사장으로 봉직하다 보니 오는 2월이면 더 의욕적인 회원에게
이자리를 물려주게 됐다.

바람이 있다면 올해엔 꼭 서울에서 남북한 사진작가들이 손을 잡고
참가하는 합동전시회가 열렸으면 하는 것이다.

필자도 실향민의 한사람으로 올해는 남북합동전이 개최돼 많은 실향민
에게 그리운 고향의 모습을 전해주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작가협회 이영환이사, 김석태 양산지부장, 송병익 자문위원 등 여러분이
동락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