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부가 마침내 "통상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이제껏 선진국들의 통상압력에 수세적으로 대처해왔던 통상당국이 이젠
외국의 불공정무역관행및 해외진출기업들의 애로사항들을 스스로 찾아나선
것이다.

이번 외무부의 "해외진출 애로사항 설문조사"는 그런 점에서 공세적 통상
외교에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외교관들의 탁상업무만으로는 파악할수 없었던 해당국 진출기업의 어려움을
직접 청취, 통상교섭의 기초자료로 삼는다는게 이번 조사의 취지다.

설문조사에 나타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
연합(EU)국가들이 한국을 "불투명한 행정처리와 불공정무역관행의 나라"라고
비난해온 것 못지않게 이들나라 또한 제2,제3의 수입장벽을 쳐놓고 있음을
알수 있다.

현지진출기업들이 밝힌 애로사항은 작게는 "행정절차지연"에서부터 크게는
"WTO위반수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따라서 외무부는 사안별 중요도를 감안, <>양국간 교섭을 통해 개선압력을
가하거나 <>세계무역기구(WTO)등 다자기구를 통한 해결방안을 강구할 방침
이다.

설문조사 결과 나타난 해외진출기업들의 애로사항및 개선과제를 주요 5개
지역.국가별로 요약.정리한다.

[[[ 미국 ]]]

한국산 제품중 컬러TV, D램반도체, 철강등 17개품목에 반덤핑관세를
부과중인 미국은 반덤핑 제소자격요건및 국내산업지지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정하고 있다.

덤핑마진 산정도 <>첨단제품의 개발초기 원가이하판매를 인정하지 않고
<>구성수출가격을 과대산정하는등 불합리한 면이 많다.

통관절차에도 문제가 많다.

수입절차가 통관항마다 다르고 세관장의 재량권이 넓어 원산지규정을
적용하는데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섬유나 의류품목에 대한 지나친 상업송장(인보이스) 기재요구도 애로사항중
하나다.

또 최근엔 섬유.직물류 통관때 원산지등을 표시한 "태그"(Marketing
Notice)를 제대로 부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통관을 보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섬유류 원산지규정의 개정으로 직물의 원산지 결정기준이 당초 "직조국"
에서 "최초직물생산국"으로, 의류는 "재단기준"에서 "완전봉제기준"으로
변경됐다.

이에따라 제3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미국에 수출할때 한국쿼터가 아닌
해당진출국 쿼터를 받아야 한다.

이로인해 연간 약1억달러의 섬유류 수출차질이 예상된다.

[[[ 일본 ]]]

해외건설자재 품질검사 증명제도를 운용하면서 공공공사 사용자재에 대해선
2중의 심사증명을 요구하고 있다.

품질검사를 신규신청할때의 요금도 과다하다(50만엔).

항만시설을 이용할때 컨테이너화물의 경우 별도의 검정이 필요없음에도
불구, 형식적으로 검정을 받도록 하는등 부당요금을 징수하고 있다.

또 항만에 입항하는 선박의 하역작업과 관련, 작업조건의 변경을 요하는
경우 항운협회와 사전협의를 거치게하는등 불필요한 간섭과 요구가 많다.

상용복수비자 발급에 3개월이나 소요된다.

[[[ 중국 ]]]

외자기업이 생산.수출하는 제품중 중국산원자재를 구매할때 부담한 증치세
를 지난해 8월부터 환급해 주지 않음에 따라 조세부담이 증가,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또 그간 외자기업 우대조치로 시행해 왔던 "투자총액범위내 수입기자재에
대한 관세감면혜택"도 올해부터 폐지키로해 자금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수출용 수입원자재를 수입할때 수입총액의 10%를 6개월~1년간 보증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점도 자금압박요인으로 작용한다.

[[[ EU ]]]

상용비자 신청절차가 복잡하고 취득까지 3~6개월이 걸려 어려움이 많다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등).

본사에서 파견된 상사주재원들도 일률적으로 사회보장세(연금보험료 9.3%,
실업보험료 3.25%)를 납부해야돼 현지투자기업의 영업활동을 위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운전면허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다 국제운전면허증을 주재국 면허로
바꿀때 필기.실기시험을 요구, 취득이 어렵다.

양국인증기관에서 인정한 시험.검사성적서를 인정하지 않아 수출입상품의
2중검사및 이에따른 납기지연등 한국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

[[[ 아세안 ]]]

인도네시아의 경우 일부품목에 대한 "수입지정자 제도"및 "수입부과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원자재등의 수입에 어려움이 많다.

아세안국가들의 경우 특히 투자관련규제가 많아 기업활동에 커다란 제약이
되고 있다.

필리핀은 아예 부동산취득이 불가능하고 태국은 외국은행지점 인가때
고액의 자본금을 요구하고 있어 애로가 많다.

인도네시아도 1백% 정부예산으로 발주하는 공사참여를 제한하고 있으며
<>중고장비 반입금지 <>신규공장설립.확장때 시설재 가액의 20% 현지산
구매의무등의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김정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