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장개방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중국은 최근 일부 품목에 대한 수출입관리제도를 수정한데 이어 오는 4월
부터는 평균수입관세를 대폭 내릴 계획이다.

이와함께 그동안 외국인투자자에게 부여하던 각종 세제혜택도 축소할
예정이다.

수입관세를 내려 외국상품에 대한 문호를 개방하고 국내외기업을 국제관행
에 맞게 동등하게 취급하겠다는 뜻이다.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로의 이행을 가속화,세계경제체제로의 조속한 편입을
꾀하기 위한 수순이다.

중국은 우선 지난해 12월31일 에어컨 복사기 자동차차대(플랫폼)등 모두
176개 품목에 대한 수입규제 완화조치를 발표했다.

수입면허를 받은 업체들에만 수입을 허용하거나 쿼터제를 통해 수입물량을
엄격히 제한해왔던 이들품목에 대한 수입관문을 대폭 열어젖힌 것이다.

중국은 또 오는 4월1일부터 평균수입관세율을 23%로 낮출 계획이다.

이는 현행수입관세율을 35%인하하는 효과를 갖는다.

이같은 평균수입관세율 인하는 지난 79년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한 이후
중국이 취한 최대의 무역자유화조치란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은 이에더해 외국인투자업체에 대한 세제혜택도 4월부터 부여치
않기로 했다.

중국은 외국인투자업체들이 자본재를 수입할 경우 관세를 면제해왔는데
4월부터는 예외없이 관세를 물리겠다는 뜻이다.

수출업체에 대한 부가가치세(VAT)환급제도는 이미 대폭 축소 운영하고
있다.

수출업체에 대한 부가세환급률은 이달초부터 14%에서 9%로 낮아졌다.

수출업체들은 지난해 7월이전까지만해도 중국내에서 제품원료및 부품구입시
부담해야 했던 17%의 부가세전액을 환급 받았었다.

중국은 특히 외국인투자자를 위한 소득세면제혜택도 조만간 없앨 방침이다.

외국인투자기업들은 보통 2년간 소득세를 면제받고 5년이 지나도 15~24%의
소득세율을 적용받고 있는데 이를 국내기업과 마찬가지로 33%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얘기다.

중국이 수입확대로 인해 국내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면서도 이처럼
큰 폭의 관세인하 조치를 취한 것은 올해 안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
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스스로 국제관행에 맞게 무역장벽을 허물어뜨림으로써 미국측이 주장하고
있는 가입불가논리를 무력화시키겠다는 뜻이다.

외국인투자자를 대상으로한 세제혜택축소는 또한 중국경제상황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하고 있다.

더이상 혜택을 부여하며 외국인자본을 끌어들일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12억 소비자를 갖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외국인투자는 자연히 몰릴
것이란 생각인 것이다.

중국의 무역및 투자유치정책 변화는 그러나 WTO가입협상에 큰 효력을 발휘
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평균수입관세율이 23%로 낮아지더라도 이는 15%선인 대부분
개발도상국 평균 수입관세율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자동차등 외국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품목에 대해서는 여전히 높은
관세율을 유지할 것이며 그럴 경우 평균관세율인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게 외국의 시각이다.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세제혜택 축소는 특히 중국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제혜택이 줄어들면서 외국인투자자의 중국내 사업비용부담이 늘어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중국을 떠나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존 외국인투자자들은 수입확대로 인한 경쟁과 조세혜택축소로
현행보다 50%가량 비용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기업은 중국현지투자보다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인근지역 국가에서
생산, 수입관세율이 전반적으로 낮아진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우회침투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대중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업체들도 투자규모를 줄이거나 수출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럴 경우 중국은 경제성장세를 뒷받침해왔던 외국자본유입이 감소하고
단기적 수입급등으로 인한 무역역조에 직면하는등 적잖이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WTO가입과 경제성장세유지란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내놓은 중국의
이번 카드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