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는 주식시장의 관심이 신규공급물량규모에 쏠린다.

정부의 공급정책이 투자심리를 좌우하고 이에따라 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 89년의 경우 공급과잉이 장기적인 주가하락을 가져왔다는
분석이 있다.

89년 전체주식공급은 증시싯가총액의 15.4%에 달했다.

지난해의 주가하락도 공급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적 오류에 따른것이라는
주식투자자들의 불만이 적지않다.

94년 주가가 상승세를 타는 상황에서 정부가 95년 주식발행규모를 8조원~
10조원 수준으로 설정, 공급과잉 우려를 자아냈다는 것이다.

그결과 주식시장은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고 정부는 주식시장의 물량압박을
줄이기위해 공기업민영화규모를 축소하거나 연기하고 공개를 제한하는
정책을 폈다.

그과정에서 기업들은 증자를 포기하는등 자금조달에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주가하락에 따른 투자심리위축으로 수요기반이 갈수록 위축되고있는 상황
에서 공개및 증자를 기다리는 대기물량은 계속 늘어 당분간 증시수급문제는
태풍의 눈 으로 작용할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공급정책

지난해 주식시장여건에 따라 발행정책을 여러차례 바꿨던 정부는 현재의
취약장세를 감안, 증시안정을 해치지않는 범위에서 신축적으로 공급규모를
결정하겠다는 기본입장을 밝혔다.

수요측면이 불안한 만큼 시장상황을 지켜보며 공급총량을 조절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재정경제원 증권제도과의 전홍렬서기관은 "올해는 예년처럼 주식및 회사채
등 직접금융 공급계획의 가이드라인을 세우지않고 탄력적으로 공개및 증자를
허용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전서기관은 최근 주식시장이 각종 외생변수등으로 몸살을앓고있는 만큼
당분간 지난해 증시안정대책의 일환으로 발표됐던 5.27증시대책의 기조에
따라 공급물량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5.27증시안정대책에는 공기업민영화, 금융기관의 증자및 공개를 축소하고
공개를 매분기별 2천억원으로 제한한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부의 기본방침대로라면 주식시장의 약세기조가 이어질 경우 한통및
LG반도체의 공개는 물론 장외등록법인인 기업은행 동남은행 대동은행 등의
공개도 일정기간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자본시장개방을 앞두고 추진돼온 은행들의 증자도 당분간 불투명한
실정이다.

재경원의 한관계자는 기업들이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도록
지원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선 증시안정이 우선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주가가회복세로 돌아서도 안정을 헤치지않는 범위에서 조심스럽게
공급을 조절해나갈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전망

증권전문가들은 올해 주식공급물량이 지난해와 비슷한 6조2천억원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물론 조정국면이 지속될 경우 10대계열사의 월간 유상증자를 2천5백억원
으로 묶고 분기별 공개규모를 2천억원으로 제한하는등의 규제조치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반대로 주식시장이 회복국면에 들어설 경우 한국통신 LG반도체 등의
순차적인 공개진행과 정부보유지분매각 금융기관증자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신경제연구소는 올해 공개물량은 지난해보다 두배이상 증가한 1조
5천억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했다.

물론 장세가 회복된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반면 유상증자를 통해 공급될 주식물량은 전년보다 20%감소한 4조
5천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상장사 정부지분 매각대기물량은 국민은행등 7개사 2조3천억원에 이르고
주식배당과 전환사채(CB)의 주식전환물량도 각각 7~9천억원, 6~8천억원
정도이다.

이같은 시나리오에 따르면 올해 최대 주식공급물량은 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재경원이 금년부터 주식공모비율을 총발행주식의 30%로 하거나
공모주식수를 1천만주이상으로 완화하는 기업공개선진화방안 에 따라 공개
물량이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연초 주가폭락으로 위기감이 확산되자 공개물량이 축소돼야한다고
강조한다.

일부에서는 22,23일의 주택은행공모(공모규모 2천6백40억원)도 취약장세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되도록 공기업민영화에 따른 공개는 최대한 연기해야한다는게 증권업계의
주장이다.

<>증시수요전망

수요도 공급과 마찬가지로 장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매수세가 위축되고 오르면 자금이 급격히 유입되기 때문
이다.

따라서 장세가 회복세로 돌아설 경우 잠재수요기반이 어느정도 될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할 뿐이라고 증권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올해 기관별 잠재매수여력은 투신 1조천억원, 보험 은행 각각 1조원, 기타
기관투자가 8천억원, 일반 투자자 2조5천억원, 외국인 2조원 등으로
8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올해 주식시장의 수급은 시장상황이 결정할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 이익원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