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를 설장률이라든가, 규모의 크기와 같은 총체적인 겉모양만 놓고
볼때는 별 문제없이 그런대로 순탄하게 굴러가고 있고 대견하다는 느낌이
드는 때도 있다.

그러나 에너지문제만 생각하면 그런 느낌은 사라진다.

대신 아찔해지는 때가 있다.

가격도 문제지만 기름과 LNG(액화천연가스)수입이 어떤 연유로 끊기기라도
하는 날이면 어쩌나 해서다.

두 차례의 오일쇼크 경험을 상기하면 "괜한 걱정"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릴 일이 아니다.

매사 불안하고 불확실한 세계 정치-경제-군사 동향으로 미뤄볼때 언제
그런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새해들어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국제 유가동향이라든가, 정부당국
의 올해 전력수급전망등 에너지관련 보도들은 새삼 에너지문제의 중요성에
대한 범정부적-국민적 관심을 일깨워야 할 필요를 절감케 만든다.

우선 지난 가을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한 국제 유가는 최근 북미와 유럽지역
의 한파로 인한 수요증가에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잠정 국정이양에 따른
불안감까지 겹쳐 배럴당 20달러를 넘어서 계속 강세를 띠고 있다.

그런가 하면 통산부의 96년 "전력수급전망"은 여름철 피크타임의 전력공급
예비율이 작년의 절반, 심하면 제로에 가까운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지금 경기 연착륙실현과 양극화완화, 그리고 물가안정등 세가지를
올해 경제운용의 핵심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국민의 관심도 그쪽에 쏠려 있다.

그러나 국제 기름값이 뛴다든지, 또는 국내 전력수급에 만에 하나 제한
공급이 불가피한 것과 같은 비상사태가 닥칠 경우에는 연착륙이고 안정이고
전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의 원유 도입량은 하루 167만배럴, 연간 6억배럴에 육박하며 유연탄
LNG등을 모두 합한 지난해의 에너지 수입액은 전년보다 14.4% 늘어난 152억
6,900만달러에 달했다.

전력의 경우는 총발전설비가 지난해에 3,000만KW를 넘어섰고 금년에
255만KW가 추가될 예정인데도 사정은 더 어려워질 판이다.

최근의 달러강세 기조가 만약 계속 이어지고 환율이 오르게 된다면 기름
수입 부담이 더욱 늘어나 물가와 국제수지를 압박할 위험이 있다.

에너지문제의 심각성은 선택의 폭이 좁은데 있다.

총수요의 96.4%(94년 실적)를 수입에 의존하는 형편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소요량의 최대한 안정적인 확보에 힘쓰는 한편으로 국제시장의 수급및
가격안정을 바라는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우리가 할수 있는 것은 수요조절, 바꿔 말해서 소비를 줄이는
일이다.

또 이것은 어떻게 해서든 실천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동일한 부가가치 생산에 일본의 2.7배 미국의 1.6배를 사용하는 "에너지
과소비형" 경제구조로는 안된다.

정부-기업-가계등 모든 경제주체의 의식전환과 에너지이용 효율화를 포함한
대담한 절약노력이 있어야 한다.

위급한 상황이 닥친 뒤엔 늦다.

중장기목표를 세워 확실한 성과를 거둘 때까지 범국민운동으로 꾸준하게
밀고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