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기 <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

구랍 26일 오후 북한에 납치되었던 우성호 선원 5명은 납북된지 7개월만에
사망한 동료선원 3명의 유골함과 함께 판문점을 통해 남한으로 귀환했다.

이과정에서 북한은 과거와는 달리 한국측을 철저히 배제하고 판문점주둔
유엔군사령부 연락장교대표만을 상대하는 의도적인 한국배제태도를 분명하게
보여 주었다.

이번의 납북어부 한국송환과 관련하여 두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하나는 북한당국은 왜 이시점에 이들 어부들을 석방하는가 하는 석방시기와
관련된 의문이고 또하나의 의문은 이번 판문점 송환과정에서 왜 남한당국을
철저히 무시 배제하는가 하는 의문이다.

LA타임스 보도처럼 미국 일본등 한국의 전통적 우방국가들에게 쌀지원을
요청하면서 미.일양국과 기타 쌀지원 요청국가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정치적 장애물이라고 할수 있는 납북어부들의 강제구금에 따른 인권유린
시비를 무마시키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고 볼수 있다.

두번째 의문에 대해서는 두가지 견해가 있다.

하나는 대북한 주민용이고 또다른 하나는 대남한 정치공세용이라는 설이다.

북한당국은 북한주민들에게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북한영해를 침범한 남한
어부들을 처벌하지 않고 무조건 석방했다고 주장함으로써 북한주민들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가 그하나이고 대남한정치공세용이라는 두번째 견해는
우성호선원 강제구금으로 인한 악화된 남한국민들의 대북한 감정을 누그러
뜨리는 동시에 남한내부의 최근 정치상황(비자금사건과 12.12사태와 관련된
두 사람의 전직대통령 구속 수감)을 이용하여 남한내부의 정치적 혼란을
조장하려는 저의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일부 식자들은 북한이 경제난과 식량부족으로 붕괴직전이라고 얘기하지만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정권은 일부 남한 사람들이나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로서 첫째 북한은 김일성주체사상이라는 민족주의(?)로 공산주의를
포장했기 때문에 "우리식 사회주의"가 먹혀들어가고 있으며 둘째 우리(북한
주민들)들이 이렇게 헐벗고 굶주리면서 못살고 있는 이유는 "미제국주의자
들이 남조선을 강점하고 있으면서 끊임없는 북침위협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조선에서 이들을 몰아내고 남조선을 해방하면 우리는 오늘의
고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끊임없이 북한주민들을 세뇌.선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해 체코.폴란드.중립국감시위원단을
내쫓고 판문점연락장교단에서 중국대표를 철수시키는등의 조치로 휴전협정을
북한당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미국과 1대1로 평화협정체결을 추진하려는
것도 모두 대남 적화통일노선의 일환이라는 견해가 있다.

김일성이 사망하기 전에 모국내 일간지의 P논설위원의 추천과 권유로 일본
에서 망명정부운동을 벌이고 있는 전남노당 지하총책이고 북한정부의 문화
선전성 고위관리였던 박갑동씨를 고대 국제대학원 최고국제관리 과정에
초청하여 "내가 아는 북한 공산주의"라는 특강을 하게 한일이 있었다.

일본 와세다대학 유학때부터 공산주의에 물들기 시작하여 철저한
공산주의자가 되었가가 공산주의에 환멸을 느끼고 북한을 탈출하게 된 사상
편력을 얘기하고 나서 그는 남한의 대북한 정책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노태우전대통령이 7.7선언에서 김일성을 민족의 동반자로 부른 것은
잘못이었다.

그는 6.25남침으로 수백만 남한국민들을 살해한 전범이다.

<>한국정부가 그동안 4백여회에 걸쳐 남북한간의 총리회담 적십자회담
판문점연락 대표회담등을 개최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6.25남침이나
버마.아웅산 사건및 김현희에 의한 KAL기폭파사건에 대해서 항의를 안한
것은 큰 실수를 한 것이다.

남한을 깔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남한의 이런 자세를 오히려 약점으로 보고 남한에 대해 강공드라이브를
하게 만든 요인이 되었다.

<>남북한 정상회담을 할때 장소는 판문점이나 제3국의 특정도시로 해야
한국대통령이 김일성을 만나러 평양의 주석궁을 찾아가면 남조선대통령이
백기를 들고 항복하러 들어왔다고 북한당국은 북한주민들에게 역선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남한에서는 공산주의에 대한 경계심이나 경각심이 많이 해이해진 반면
북한에서는 노당간부, 정부고관 만경대혁명 학원출신의 인민군군관,
붉은청년동맹 붉은 노농적윙대등의 핵심구성원들이 철저한 세뇌교육으로
사상무장이 견고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체재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대남정책은 일관되게 적화통일 전략으로서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다만 전략의 수단.도구인 전술은 게속 임기응변적식으로 바꾸어 나갈
것이다.

<>한국정부는 북한노선을 오판하지 알고 일관된 대북한정책으로 북한의
오판을 막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박씨의 충고를 100% 수용할 필요는 없겠지만 상당부분에 걸쳐
귀담아 들을 필요는 있다고 본다.

홍수를 당해 헐벗고 굶주리고 있는 북한주민들에게 순수한 동포애로 쌀을
보내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순수한 우리의 동포애와 인도주의정신에서 우러나온 북한에 대한
우리의 쌀지원은 다음과 같은 원칙이 지켜지는 전제하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첫째 대한민국정부에 대한 북한당국이 정식으로 쌀을 위시한 각종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지금 북한은 한국정부를 미국의 괴퇴정부라고 비난하면서 민간기업이나
민간단체만 상대하려는 태도를 고수해오고 있다.

둘째 우리가 지원하는 쌀은 군량미나 외화벌이를 위해 제3국수출용으로
전용하지 않겠다는 서면약속을 받아야 하고 이런사실이 발각될때엔 즉각
식량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셋째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일체의 비방.비난은 물론 원색적인
인신공격을 즉각 중단하고 앞으로 이런 야비한 대남비방 방송중지를 북한
당국은 약속해야 한다.

넷째 북한당국은 쌀을 싣고 간 남한화물선의 인공기 강제게양사건, 선원의
간첩혐의 구속사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보장을 해야 하고 무장간첩
남파와 같은 도발행위를 즉각 중지해야 한다.

지금처럼 한국정부를 대화의 상대로조차 인정치 않고 쌀15만t지원이라는
우리의 호의에 대해 적의로 갚는 북한당국의 태도변화가 없는한 대북지원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북한당국은 대한자세를 바꾸어 남북화해와
공존의 길로 나가야 한다.

북한의 대남자세 변화가 있을 때가지 정부당국은 신중하고 일관된 대북한
접근방식을 유지해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