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칼국수모임을 성사시켜라"

재계가 김영삼대통령과 그룹총수간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어 성사여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경련관계자는 6일"지난해말부터 김대통령과 총수간의 회동을 위해
청와대와 정부등의 관계요로에 그 가능성을 타진중에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칼국수"모임추진은 전경련과 현대 삼성 LG 대우 선경 등
주요그룹들의 기조실장이 주도하고 있다.

새해들어선 특히 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사건과 관련총수가 기소된
그룹들이 한발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관계자는"김대통령이 총수들과 따끈한 칼국수를 먹는 기회가
생긴다면 비자금사건이후 정부와 재계간 다소 서먹서먹진 관계가
해소되지 않겠느냐"며기대감을 나타냈다.

대통령과 총수간의 만남추진은 비단"비자금후유증"해소를 위해서만
필요한 것도 아니다.

최근의 경영환경을 고려할때 청와대측이 스스로 이런 기회를 만들어야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많다.

서울대 곽수일교수는"성공적인 경기연착륙을 위한 각종 경제현안을
점검하고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사실 기업들은 최근 경영환경에 대해 잔뜩 우려하고 있다.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선진기업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위해 세계화와
경쟁력강화 덩치키우기 등에 총력을 기울여야하는 마당에 경제외적인 상황이
너무 불안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비자금사건은 어떻게 결론이 날지 5.18정국은 또 어떤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지 4월총선은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한치앞을
내다볼 수없는 메가톤급 이슈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의 정치사회적인 혼란은 우리사회의 후진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함과동시에 깊은 절망감을 안겨주고 있다"(이건희 삼성그룹회장)는 게
재계총수들의 속내일 게 틀림없다.

청와대회동프로젝트 추진의 또다른 이유는 오는 15일 두번째로 열리는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과 관련된 총수들의 재판을 앞두고 선처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

기조실장들은 지난해말 총수의 기소및 첫공판이 끝나자 막바로
청와대회동 가능성을 꾸준히 타진해왔다.

비자금사건의 후유증를 씻는 마무리카드를내놓은 셈이다.

"대통령과 대기업총수의 청와대회동이 이같이 절실"(L그룹 K전무)한데도
청와대측은 아직 즉답을 않고있다.

K전무는"청와대측이 아마도 비자금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대기업간의
정경유착문제가 여론의 도마위에 올라있는 가운데 대통령이 총수들과
칼국수를 먹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같다"며"총수와의
모임을 기피하는 것은 정부와 재계간의 관계복원을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D그룹관계자도"김대통령이 기업으로부터 돈을 안받겠다고 밝힌 이상
지금시점에서 재계총수를 만난다 하더라도 정경유착오해를 살 우려가
없다"고 말했다.

전경련관계자는 또"재계가 경영풍토쇄신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인과의 만남을 기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청와대로부터
곧 긍정적인 시그널이 오지 않겠느냐"는 낙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

재계는 특히 9일 나웅배부총리와 경제5단체장간의 오찬, 10일
나부총리과 박재윤통산부장관 구본영청와대경제수석등 새경제팀과
제계총수간의 신년하례식이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하례식을 계기로 정부와 재계간의 화해무드가 조성될 경우 청와대회동도
가능하다는 것.

김대통령은 지난5일 상의주최 기업인들의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는 등
그동안 몇차례 기업인들과 만났다.

그러나 문민정부초기 몇차례 총수들과의 독대와 30대그룹회장과의
회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형식적인 모임이었다는게 기업들의지적.

어쨌든 재계는 지금 극도로 침체돼있다.

기업총수들은 특히 그렇다.

오너쉽경영이 강한 상황에서 실패가능성을 무릅쓰고 유망산업등에
대한 전략적인 경영드라이브를 주도해야만 하는 그들이 웅크리고
들어앉아 있을때 우리경제의 활력을 기대하긴 어렵다.

해외각국의 대통령과 수상들이 경기활성화와 국가경쟁력강화를위해
세일즈외교에 동분서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통령도 해외순방때마다"세일즈대통령"을 강조한바 있다.

악재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올해 경영환경을 슬기롭게 극복하기위해서
기업인다독거리는 필요한 시점이다.

재계는 문민정부 초기 총수들과칼국수를 들면서 활짝 웃었던 김대통령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있다.

<이의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