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체제의 본격적인 출범과 함께 세계무역환경은 새로운 구조전환단계를
맞고 있다고 한다.

국경없는 시대니 지구촌이니 하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유사이래 무역은 항상 강자의 논리에 지배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김신교수(경희대.무역학)는 세계역사속에서 무역강국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졌는지, 군사강국과의 관계는 어땠는지에 주목, 무역의 발전과정을
분석하고 무역국가의 부침을 재조명한 "무역사"(석정간)를 펴냈다.

그는 이책에서 고대무역상인으로부터 현재의 종합상사에 이르기까지 여러
무역인의 활동행태를 비롯 무역거래양식의 시대적특성 세계무역제도 통상법
무역관례등을 소개하고 있다.

"서양문명사의 변천은 무역의 흐름과 일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무역은 인류최초의 무대인 지중해의 메소포타미아지방에서 생겨나 대서양
시대를 거쳐 이젠 태평양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무역으로 인해
아메리카대륙등 신천지가 개척됐고 새로운 기술, 문화가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무역강국의 흥망과 군사대국의 성쇠는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카르타고 포르투갈 네덜란드등 세계적인 무역강국은 자원이 없고 소국이며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군사강국과 끊임없는 마찰을 벌였죠"

역사적으로 국제적인 분쟁은 모두 무역충돌이 원인이었으며 이 무역마찰이
결국 민족적인 마찰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무역에 있어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역사적으로 증명되고 있다고
밝힌다.

"바다를 무대로 무역을 펼치는 데는 조선술 항해술을 비롯 천체나 해양에
대한 과학적지식을 손에 넣어야만 합니다. 그러한 기술이나 지식을 넣은
민족이 제해권을 가지고 역사의 주역으로 떠올랐죠"

그는 덧붙여 바다를 육지와 동등시하거나 육지이상으로 자신의 세계라고
생각하는 민족이 무역강국으로 떠올랐다고 얘기한다.

한편 김교수는 한국도 세계무역의 중심이 되어 무역강국이 되었던 시기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통일신라의 장보고는 해상무역의 요로인 완도를 중심으로 군사를 기르면서
당과 일본과의 무역을 주재, 신라가 18년동안 해상강국으로 부상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당시 신라상인들은 아라비아까지 진출했으며
정열과 특출한 상법으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그는 신라인의 기상이 1,200년이 지난 지금 되살아나고 있다고 밝힌다.

"한국은 수출주도정책을 편후 30년만에 세계 열두번째 무역대국으로 부상
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무역규모의 3분의1이 새로운 분야로 개척되고
있어 전망 또한 밝다고 봅니다"

김교수는 고려대경영학과및 대학원무역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컬럼비아대
에서 객원교수를 지냈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