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준 < 한일경제연 연구위원 >

구랍 28일 은행감독원은 은행들의 유가증권평가 충당금 적립비율을 30%로
완화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대다수의 은행들은 95년 주식투자평가손으로 인한
적자를 면할 수 있게 되었다.

일반은행들의 95년 주식평가손 총액이 약2조5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러한 일반은행들의 주식투자평가손에 대해 은행이 가지고 있는
공공성이라는 기능마져 상실한 것처럼 우려하는 견해가 구랍 26일자
한경시론에서 제시된바 있다.

그러면 은행의 이러한 평가손이 과연 은행의 금융안정성을 해칠 정도인가.

우선 주식투자평가손은 95년도의 주식시장 침체로 인한 장부상의 평가손실
이지 실현된 손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평가손은 주시기장의 회복정도에 따라서는 흑자로 전환될 수도 있다.

다만 결산시점에 주가가 하라한 것 뿐이다.

은행의 영업실적이 나빠서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지 못하는 것은 은행과
주주와의 문제이지 은행의 공공성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과연 우리나라 일반은행들은 자산운용에서 주식에 너무나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가.

94년 은행계정의 경우 주식투자비중은 총자산 대비 3.7%, 자기자본 대비
36.4%, 총유가증권투자 대비 20.5%였다.

또한 신탁계정의 경우 총신탁자산 대비 6.3%,자기자본 대비 30.0%,
총유가증권 투자대비 8.7%였다.

93년 일본 전국은행의 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은 총자산 대비 4.0%,
자기자본 대비 117.0%였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자산의 50%이상을 대출로 운용하고 있으며 유가증권
에서도 안정적인 채권에 대부분을 투자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은행들의 주식투자는 공공성을 위협할 정도가 전혀
아니며, 일본보다도 훨씬 안정적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은행의 주식투자를 다른 각도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일반은행들은 80년대 후반부터 주식시장의 기관화를 추진하던 정부의
정책에 따라 주식투자비중을 높여왔다.

물론 주가상승에 따라 은행들이 주식투자에 적극적이었던 것도 또한
사실이다.

88년부터 94년까지 5대 시중은행의 경우 수익기여도에서 신용카드업무와
주식투자가 1위와 2위를 다투었고, 채권투자 및 대출이 3위와 4위를 차지
하였다.

또한 유가증권관련 수익비중이 90년 13.8%에서 94년 20.4%로 증가추세를
보이는 반면, 대출관련 수익비중은 90년 58.6%에서 94년 48.1%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은행의 수익구조에서 주식투자는 효자노릇을 해왔다.

정부도 은행에 대한 규제완화와 대형화 내지 전문화를 유도하며,
자율경영을 통해 은행이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또한 은행들도 ALM(자산부채종합관리)도입과 투자공학에 입각한 과학적인
포트폴리오구성 등 생존을 건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투자평가손이 일시적으로 확대되었다고 해서
은행의 공공성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것은 정부의 규제완화조치에도 역행
하는 조치일 것이다.

더욱이 무엇 때문에 예금보험제도를 도입하려 하는가.

은행의 공공성은 필수적인 과제이나 은행의 기업성도 살아남기 위한
절대절명의 과제이다.

외국의 유수한 은행들이 전통적인 예대업무에서 탈피하여 투자은행화
함으로써 90년대 전후의 위기를 극복했듯이, 경영환경의 악화와 더불어
대출세일의 시대를 직면하고 있는 은행이 수익성이 높은 수단에 자산을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부실채권을 줄이고, 지불준비의 능력을 확대하고, 은행의 위험과
손실이 사회화되지 않도록 해야하는 것은 은행의 일차적인 몫이다.

따라서 이제는 은행이 직면하는 시장위험을 차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와 최대한의 자율성보장이 보다 강인한 은행을 만드는 길일
것이다.

오히려 규제완화를 통해서 은행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고 증시를 기관화
시키는 것이 은행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