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은 유사 이래 인간과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를 유지해 왔다.

자본주의 탄생 뒤에는 도박수입으로 운영되는 국가가 생겨났으며 재정마련
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박장을 유치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도 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경마인구가 600만, 복권인구가 1,000만명을 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도박을 21세기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재원확보를 위해 도박을 활성화시키면 그 실익은
누구에게로 가나.

도박의 미래는 어떠하며 누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최근 미국에서는 늘어만 가는 미국도박산업의 현실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파헤친 "행운산업"(로버트 굿맨저 프리프레스간 원제: The Luck Business)이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저자는 이책에서 미국의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도덕불감증및 턱없는 환상
으로 인해 도박산업을 지원함으로써 심각한 폐해를 낳고 있다고 지적, 문제
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이 책에 따르면 88년만해도 미국에서는 네바다와 뉴저지주등 단 두곳에서만
도박장이 허용됐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6년뒤인 94년에는 23개주가 공식적으로 도박장 운영을
허용하고 있으며 다른 주들도 도박장 개설 허용을 검토하고 있어 이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93년 미국에서 복권 카지노등 모든 형태의 법적인 도박에 뿌려진 돈은
4,000억달러.

제조업의 2.5배 넘는 연평균 15%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은 순수입이 전체매출의 30~50%나 돼 다른 어떤 사업보다
수익성이 좋은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

이책은 이로 인해 미국의 여러 주정부가 이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도박장을 직접 운영하거나 제도적인 장치등을 통해 지원,그 이익을 세금
등으로 챙기고 있다고 전한다.

물론 도박장이 생겨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 지역의 레스토랑과 호텔 점포
등도 번창하게 된다는 것.

저자는 그러나 주정부의 갬블링산업 증대 시도는 오히려 수입증대및 고용
창출에 실패할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주정부가 갬블링산업 관리에 신경쓰다 보면 자연히 제조업을 등한시, 지역
경제의 왜곡화현상을 빚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또 갬블링산업이 번창하면 할수록 관광객이 아닌 지역주민들의 이용이
늘어나 지역경제의 파탄뿐만 아니라 사회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다는 것.

아울러 도박이 가져다주는 폐해, 즉 개인파산이나 가정파괴, 범죄증가등의
부담을 안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책은 따라서 단기적 경제개발의 한 형태로 도박산업을 발전시킬 것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건전한 산업을 육성시켜야 한다고 역설
하고 있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