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자동차부품을 해외에서 생산 공급하는 "글로벌
소싱"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차메이커들간에 국경을 초월한 부품교환이 한층 확산되면서
국내 업체들도 부품의 글로벌 생산체제에 적극 나서고 있는것이다.

특히 기아의 디트로이트연구소 개설은 이 지역이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의 "빅3"인 GM 포드 크라이슬러사들의 틈바구니에서 첨단부품기술을
개발, 국내에 공급한다는게 기아의 전략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기아가 이미 독일(KME)일본(도쿄R&D센터)에 부품개발
체제를 구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3극체제"라 할수 있는 미국 일본 유럽 등
"호랑이굴"에서 세계수준의 부품을 개발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국내업체들의 글로벌 소싱은 기아가 처음이 아니다.

대우는 한발앞서 인도 루마니아 폴란드등 자동차 "개도국"에 진출,
글로벌 부품생산.공급체제를 갖춘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는 인도에서 연간 30만개의 엔진을생산, 인도뿐만 아니라 유럽
한국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루마니아에선 프레스 소물을 찍어 우즈베크 체코지역에 설립한 공장에
공급하면 그곳에선 프레스 대물만을 만들어 완성된 프레스부품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우는 중국에서 엔진 트랜스미션등 핵심6개부품을 연간 30만개
생산하는 공장을 지어 중국과 한국 동남아 일대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협의의 글로벌 소싱 개념은 아니지만 터키 인도네시아
인도 등 해외현지공장에서 필요한 부품을 조달하기 위해 현지부품공장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업체들의 글로벌 소싱작업은 세계 주요메이커들간의 전략적 제휴강화에
따른 대응전략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예컨대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의 경우 혼다사로부터 "등속 조인트"(동력을
앞바퀴에 전달해주는 장치)를 공급받는가 하면 승용차 디젤엔진을 프랑스
르노사로부터 구입하고 있다.

선진메이커간에 이같은 협력관계가 이뤄지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품질과 비용절감을 위해선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들
선진업체들이 이미 "새끼호랑이"로 성장한 한국자동차메이커들에
기술지원및 부품공급을 기피하고 있는 상태에서 독자적인 글로벌
소싱구축은 피할수 없는 선택"(윤병철대우자동차 해외사업담당이사)이라는
설명이다.

박제혁기아자동차부사장은 "2만개가 넘는 부품을 모두 우리손으로
생산하다간 국제경쟁에서 낙오될 소지가 많다"며 "품질개선을 위해선
부품의 국제조달체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이성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