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혜성씨(30.서울 마포구 공덕동)는 회사일 하랴 외국어학원
강사인 아내외조하랴 피곤하지만 직장여성을 아내로 맞은 것을 지금까지
크게 후회해본적이 없다.

퇴근후 집에 돌아오면 아내도 아이도 없는 집은 썰렁하기만 하고 아침에
출근할 때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옷가지 등으로 집안꼴은 말이 아니다.

자신의 몫인 저녁식사 준비중에 아내는 친정에 맡겼던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고 식사후 집안일을 모두 마치면 시간은 어느새 오후 10시.

김씨도 아내의 내조를 받는 다른 동료들 처럼 퇴근후 집에 돌아와 편히
쉬며 한창 물오른 아이재롱도 보고 싶은 생각이 들때도 있다.

하지만 김씨는 이내 이같은 생각을 떨쳐버린다.

현재의 쥐꼬리만한 봉급으로는 가계를 도저히 꾸려나갈 수 없기때문이다.

"제 자신의 안위도 중요하지만 우선 경제적으로 쪼들리다 보니 아내의
직장생활을 도저히 말릴수 없는 형편입니다.

또 아내가 직장생활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것을 볼때면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할수 있습니다"

소득이 크게 향상되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남성들의 결혼관이 크게
바뀌고 있다.

혼자벌어서는 여가생활은 커녕 먹고살기도 빠듯하다는 현실을 절감하고
있는데다 여성의 자아실현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있기때문이다.

이른바 남녀평등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를 인정하고 경제적 여유도 찾으려는
남성들의 이해타산이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따라 결혼적령기에 접어든 총각들은 배우자로 직장여성을 선호하고
있다.

미혼의 회사원인 노원규씨(27.국민투자신탁)의 결혼관은 확실하다.

서로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 맞벌이 여성과 결혼한다는 것.

노씨의 월급은 상여금등을 포함, 평균 1백60만원.

직장여성과 결혼하면 월수입은 최소한 1백만원이상 더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결혼후 차량유지비 전세융자상환비 양육비등 각종 생활비를 빼고도
한달에 1백만원이상은 거뜬히 정기예금과 적금에 부울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1억여원 가량이 모이는 7년후엔 시외곽에 조그만 아파트도
분양받고 겨울철엔 스키장에도 갈수 있으며 여름철 휴가때는 해외여행을
떠날수 있다.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유원지에 가고 퇴근후엔 문화생활도 즐길수 있게
된다.

이같은 미래설계을 실현하려면 아무래도 경제적 협조자가 신부감으로
0순위라는게 노씨의 신념이다.

"결혼이요? 우선 경제적으로 윤택해야 살 맛이 나지 않겠어요.

친구나 직장 선후배등 주변의 총각들 대부분이 같은 조건이면 직장을 갖고
있는 여성을 신부감으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포항제철 광양압연연구팀에서 2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기원(26)씨도 직장
여성을 신부감으로 맞기위해 노력중이다.

지난해 그는 처음으로 대학졸업후 집에서 신부수업중인 여성과 맞선을
봤다.

가정환경이나 성격 외모 종교 등 모든 면에서 나무랄게 없어 평생 배필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직장여성을 배우자로 삼겠다는 평소 신념때문에 3번째
만남을 끝으로 아쉽게도 헤어지고 말았다.

"맞벌이를 원한다고 해서 능력없는 남자로 인식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맞벌이로 늘어난 수입은 풍성한 결혼생활을 보장해 줍니다.

직장여성중에서도 저같은 경우는 교사를 비롯한 전문인을 배필로 맞고
싶습니다"

김씨는 가사비용및 주택마련을 위한 저축액 등은 공동 지출하겠지만 레저
자아개발 등에 드는 비용은 각자의 수입으로 해결하는 게 서로에게 부담되지
않아 좋을것 같다며 맞벌이 직장여성에 대한 예찬론을 폈다.

< 김남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