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공룡화를 최고의 목표로 삼았던 미국기업들이 요즘 몸집 줄이기에
분주하다.
몸집을 가볍게 만들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
이다.
특히 자회사나 사업부문의 주식을 기존주주에게 할당해 분리 독립시키는
"스핀오프"(Spin-Off)가 효과적인 분사화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스핀오프의 이점은 세금부담없이 기업자산을 정리할수 있다는 것.
미국의 거대기업들은 이 스핀오프를 통해 경영효율도 높이고 주주의 이익도
증대시키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누리고 있다.
조사전문회사인 시큐리티데이터는 지난 한햇동안 모두 81개 미국기업들이
스핀오프를 선언해 사상최다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건수뿐만 아니라 규모도 사상최대였다.
스핀오프를 통해 별도법인으로 분리되는 회사의 주식싯가총액을 합산하면
무려 4백80억달러로 94년보다 7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발표된 미국 기업들의 스핀오프중 관심을 모았던 사례로는 제너럴
모터스(GM)의 정보처리자회사 일렉트릭데이터시스템(EDS)의 분리독립을
우선 꼽을수 있다.
규모가 가장 컸기 때문이다.
EDS는 GM으로부터 떨어져 나오겠다고 선언한뒤 주주우선배정방식으로 계속
증자를 추진해 현재 자산가치가 2백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미금융가에
알려져 있다.
GM은 EDS의 실적에 연동하는 "클래스E" 주식 보유자들에게 올상반기중에도
신주를 할당할 계획이다.
또 미국의 대표적인 복합기업인 ITT그룹과 사무용품및 화학제품메이커 3M의
스핀오프도 관심을 끌었다.
ITT는 호텔 오락사업과 보험서비스업을 분리시켜 흩어진 조직역량을
고부가가치의 유망사업으로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3M은 광디스크 등 정보 영상관련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AT&T가 지난해 발표한 사업재구축계획도 그 내용의 핵심은 스핀오프다.
이 회사는 7만여명의 인원삭감과 함께 통신기기부문과 컴퓨터부문을
스핀오프방식으로 떼어내 대수술을 지난해 감행했다.
미국 거대기업들의 스핀오프 바람은 올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세계최대 시장정보서비스업체인 던&브래드스트리트(D&B)가 9일 두개의
자회사를 분리 독립시키겠다는 내용의 사업재구축방침을 선언해 새해벽두
부터 스핀오프바람에 불을 댕겼다.
AC닐슨 무디스인베스터즈서비스 등 세계적 권위의 자회사를 수두룩하게
거느리고 있는 D&B는 앞으로 금융정보서비스와 컴퓨터제품시장조사업무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자회사나 사업부문을 제3자에게 매각할 경우 매각차익에 대한 세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기존주주에게 주식을 할당하게 되면 원칙적으로 세금이 없다.
이런 이점 때문에 기업분사화로 경쟁력을 키우려는 미국기업들은 앞으로도
계속 스핀오프를 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기업들의 80년대 경영특징은 "복합경영"이라고 말할수 있다.
관련사업 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까지 문어발식으로 확장해 덩치로 승부를
거는게 미국기업들의 80년대식 경영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경영방식이 90년대 중반이후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주고 있다.
업종 사업간 결합에 따른 상승효과가예전같지 않은데다 거대해진 몸집
때문에 조직전체의 순발력이 떨어질수 밖에 없다.
따라서 스핀오프는 미국식 기업체질을 개선할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인지도
모른다.
< 박순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