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 예정이다.
구본영 청와대경제수석비서관은 10일 전경련회관에서 있었던 신임경제팀과
전경련회장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김대통령이 위축된 재계분위기 쇄신을
위해 재계대표들과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하고 "김대통령은 기업인
들이 아무 걱정말고 기업본연의 경영활동에 전념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재계대표들의 만남이 큰 뉴스가 된다는 것은 따지고보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국정의 궁극적 목표가 경제력증진을 통한 민생향상에 있다고 볼때 둘간의
관계는 자명해진다.
그렇다면 그 만남도 스스럼없이 잦아야할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외국국가원수 방한등 의전적인 행사때등을 제외하면 작년 한햇동안 대통령
과 재계대표들간 만남은 없었다.
여기서 어느 쪽이 잘못해서 그랬느냐고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누구 때문이든 간에 정.재계사이에 간격이 벌어지고
그로 인해 기업의욕이 위축되는 일은 없어야한다.
대통령이 친근감을 나타내지 않을 때 대기업이 위축되는 것은 한국적
풍토에서는 불가피하다.
형법에도 없는 "괘씸죄"에 걸려 대기업그룹이 공중분해된 일도 있고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사건과 관련, 30여명의 대기업그룹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그중 일부는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
이기도 해 지금재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매우 가라앉아 있는게 현실이다.
최근들어 경영권을 2세에게 넘기고 후선으로 물러앉는 그룹총수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반드시 무관하지만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바로 이런 시점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룹총수들과 만나겠다는 김대통령의
결정을 더욱 환영하고 기대하는 바 있는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기업은 사람이다.
특히 총수의 활력이 중요하다.
경기퇴조가 확연한 국면이기 때문에 그들을 다시 뛰게하는 것이 더욱
긴요한 상황이다.
우리는 대통령과 그룹총수들간 만남이 사진이나 찍는 의전행사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싶다.
양쪽 다 하고싶은 얘기를 거리낌없이 하고, 또 허심탄회하게 듣는 만남
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인정하면서 격의없이 토론할 수 있어야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되는 알맹이를 도출해낼 수 있다고 본다.
또 자주 만나 대화를 가질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각에서 우리는 대통령과 재계총수들간 만남이 형식에 구애되지
말고 자주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한꺼번에도 만나고, 한사람씩 개별적으로도 만나고, 업종등으로 나누어
3, 4명씩 불러서도 만나야 한다고 본다.
정경유착이라는 오해를 받을까봐 만남을 기피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정경협력은 유착과 구별돼야 한다.
국가를 위해, 국가 경제를 위해 지혜와 힘을 모으는 협력은 정경분리와는
또다른 차원에서 권장돼야 한다.
김대통령에게 새시대에 걸맞은 정경협력의 새 장을 기대해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