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매직 화성공장내의 가스오븐레인지 생산라인은 여느 공장과는
다르다.

생산라인은 총 3개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풀가동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보통 1~2개 라인만 돌아간다.

라인에 이상이 있어서 그런게 아니다.

3개 라인 모두를 풀가동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공장은 현재 라인 한개에서 하루 평균 4백여대의 가스오븐레인지를
생산한다.

지난 92년만 해도 3개라인 전체에서 생산된 가스오븐레인지는 하루평균
3백대에 불과했다.

라인당 작업인력은 92년에는 20명에서 현재는 16명으로 줄었다.

라인가동대수와 작업투여인력은 감소했지만 생산성은 오히려 높아진
것이다.

제품을 생산하는 라인외에 다른 라인은 신제품개발을 위한 시범생산용으로
활용된다.

탄력적인 라인운용인 셈이다.

이같이 생산성이 높아진 데는 이 공장이 지난 93년부터 추진해온
부품일체화를 통한 조립부품수의 감소가 큰 기여를 했다.

"지난 92년만 해도 제품 하나에 들어가는 조립스크류(나사)가 3백여개에
달했지만 현재는 절반수준인 1백50여개뿐이다.

관련부품끼리 한데 묶는 일체화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부품수 감소와 함께 작업시간이 줄어들면서 생산성이 자연스레 높아졌다"
(조용태공장장)

가스오븐레인지 1대를 만드는데 과거 72분이 걸렸으나 부품일체화가
이루어진 지금은 불과 24분이면 가능하다.

3년만에 시간당 생산성이 3배나 오른 것이다.

부품수가 줄면서 조립방식에도 변화가 왔다.

제품조립시 기둥이 되는 양쪽의 프레임을 중심으로 개별부품을 하나하나
부착하는 "골조부착식"에서 완제품 아래에서부터 부품을 쌓아올리는
"적층식"으로 바뀐 것.

적층식에서의 핵심은 물론 유사한 부품을 통합해 하나의 제품으로
구성하는 부품일체화였다.

"관련부품끼리 묶은 덩어리(모듈)를 완제품의 최소단위로 사용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모듈만 바꾸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보다 빠르고
쉽게 생산할 수 있게 됐다"(최준영생산기술부장)

이 공장은 협력업체에서 부품을 납품받을 때도 처음부터 모듈화된 제품을
요구했다.

이를 통해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를 구축해 다양해진 소비자들의 요구에
빨리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일체화가 자리잡으면서 이 공장은 가스오븐레인지 완제품이 나오기까지의
소요공정을 과거 15개에서 현재는 10개로 단축할 수 있었다.

라인길이도 40m에서 30m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부품 일체화 및 모듈화가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기존의 생산방식을 바꾸는 데서 오는 리스크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날 갑자기 생산방식을 바꾸는 것이 무리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의 방식에만 안주해서는 혁신은 어렵다고 판단해 사전에
연구개발에 남다른 투자를 해 왔다"고 조공장장은 말한다.

이 공장이 연구개발에 어느 정도 신경을 쓰는 지는 공장의 인원구성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 공장은 생산직근로자와 연구부문종사가가 각각 1백50명으로 똑같다.

연구개발비로 지원하는 금액도 전체 매출액의 15%를 차지할 정도다.

보통 공장에서 매출액의 6~7%를 연구개발비로 들이는 데 비하면 엄청난
투자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공장이 생산성 향상에만 주력하는 것은 아니다.

생산현장의 제반 문제점이나 불량을 체크하기 위해 구성된
"한마음분임조"는 전국 품질분임조 경연대회에서 17번이나 수상했을 만큼
철두철미한 품질관리로 이름나 있다.

심지어 세탁기 완제품의 표면에 지문이 묻어 있어도 "외관불량"으로
처리할 정도다.

꼼꼼한 품질관리와 끊임없는 혁신으로 오는 2000년에는 세계적인
메이커로 발돋움 한다는 이 공장의 목표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대목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