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씨에 이어 전두환씨도 비자금을 은닉하는 수법으로 다양한
금융상품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 재직중 7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전씨는 이 자금을 비밀관리
하면서 고수익을 얻기 위해 20억~50억원의 거금을 수억원씩 쪼개서 여러곳
에 집어넣었다.

상품도 다양해 개발신탁 투신의 장단기 공사채형 수익증권저축, 기업금전
신탁, 정기예금, 양도성예금증서(CD), 무기명채권 등 거의 모든 상품이
활용됐다.

이들 상품은 다른 상품에 비해 당시엔 익명이 보장되는 장점이 있었다.

퇴임이후 남은 1천6백억원은 산금채 9백억원, 장기신용채권 2백억원,
현금및 예금 5백원으로 분산은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씨가 활용한 금융상품중 기업금전신탁은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다.

만기는 1년으로 돼있으나 해지신청이 없을 때는 원리금이 자동연장된다.

또 CD는 무기명으로 예금하면서 양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만기전에도
언제든지 현금화 시킬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명제가 실시된 이후에도 최초 매입자와 최종 소지자만 실명확인을 하면
되기 때문에 중간소지자들의 신분은 드러나지 않는다.

노씨는 주로 기업금전신탁 CD 어음관리계좌(CMA)등을 활용한데 비해 전씨는
무기명채권을 주로 많이 이용한 점이 차이점이다.

전씨는 무기명채권 장신채 산금채등 채권을 활용했다.

전씨는 이들 채권을 매입하면서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경호실등 기관의
사업자등록번호를 위장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기명채권은 무기명이라는 장점이 있고 장신채나 산금채는 매달 이자를
받는 회사채와는 달리 처음 살때 한번만 할인해서 매입하고 만기에 찾기만
하면 된다.

처음에 신분만 위장하면 출처가 드러날 일이 없다.

<안상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