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여성칼럼] 대학 신입생들의 고뇌 .. 최해림 <서강대 교수>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대학에서 학생들을 상담한지도 15년이 지났다.

    요즘들어 "대학생들은 오해 어떤 문제들을 갖고 오나요?"

    "학생들이 그렇게 상담을 많이 받으러 와요?" 등의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럴때마다 그동안 상담했던 많은 학생들의 얼굴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들의 호소와 아픔을 이들에게 펼쳐 보일 수 있다면 좋으련만.

    보통 대학 시절을 낭만의 시기로 보지만 젊은이들에게는 특히 대학
    1학년에게는 급격한 생활의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이며 그만큼
    고민과 고통이 많은 시기이기도 하다.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 진학한다는 것은 정말 어청난 생활 변화인
    것이다.

    일과표에 따라 움직이던 의존의 상태에서 모든 것을 일일이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는 자유의 상태로 옮겨가지 때문이다.

    학교와 집 또는 독서실 사이의 시계추와 같은 생활에서 새로운 친구와의
    사귐, 이성과의 만남, 서클 활동을 통한 대인관계등 갑자기 폭이 넓어진
    생활로 변한다.

    이로인한 긴장감이 커지는데다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지도를 스스로
    그려야 하는 과제까지 겹치게 된다.

    지금 신문 방송에서는 입시 뉴스로 한창이지만 곧 당락이 결정될
    것이고 합격자들은 달리기에서 마지막 골인을한 느낌으로 입학을 하게될
    것이다.

    그간의 경험에 비춰보면 첫 중간고사가 시작되기 2~3주 전인 4월 중순이
    되면 상담소를 찾는 신입생들이 많아진다.

    입학 수 정신없이 보대다가 중간고사라는 걸림돌에 부딪치면서 혼돈과
    회의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이때가 바로 용돈문제, 늦은 귀가 과음 등으로 부모님과의 충돌이
    최고조에 달하는 때이고 또 나름대로 대학에 와서 인간 변화를 시도했으나
    성과 없음에 실망하는 때이다.

    그동안 사귀었던 이성 친구와의 첫결별을 경험하는 경우도 많다.

    "내가 이런 생활을 하려고 대학에 왔단 말인가?"

    "나의 장래는?"

    차라리 목표를 향해 앞뒤 안보고 열심히 달렸던 고3시절이 그립다고
    한숨짓는 학생들도 있다.

    지난 3년간 불충분했던 수면을 보충이나 하려는듯이 앉기만 하면 잠은
    쏟아지고 자지않더라도 멍하게 그저 시간이 지나가 버린다.

    정신을 모아 집중한다는 것은 아주 먼 옛날의 일처럼 느껴진다.

    진리 탐구니, 학문의 추구니, 대학의 국제화니 다 멋진 소리인데 당장
    교수의 강의가 의미없어 보이고 귀에 들어오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다.

    선배들이 말하는 대학생활의 낭만이란 무엇인가?공부도 중요하지만
    원만한 인간관계가 더 소중하다는 충고를 받아들여 동문선배, 써클선배,
    학과 선배들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술 얻어먹다가 위만 버린다.

    속사정도 모르는 부모님들은 장학금을 기대하고 남보다 먼저 고시공부,
    취직준비를 시작하라고 성화다.

    그래서 공부한다고 새벽 6시에 나와 자정에 들어가는 하숙생이 되어
    버린다.

    게중에는 점심을 같이 먹을 친구가 없어 수없이 끝나는 즉시 집으로
    달려가서 외로움과 자책으로 시간보내는 학생들도 있다.

    이러다가 선배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거나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
    하소연을 해보지만 그것도 별 수가 없다.

    많은 대학 신입생들은 고달프고 외롭고 답답하다.

    혼돈 속에서 산다.

    지난 3년간 공부에만 매달린 탓에 정비돼 버린 듯한 감정적 사회적
    성장을 대학 첫1년동안 한꺼번에 경험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이다.

    이런 1학년 학생들이 상담소에 많이 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학생들과 몇시간, 또는 한학기 동안, 때로는 헤를 넘겨가며 상담하면서
    차츰 자신을 발견하고 당당하게 일어서는 모습을 볼때가 가장 행복하다.

    고통을 딛고 새로운 출구를 찾아낸 학생들은 예전보다 훨씬 성수된
    자세로 세상을 대하게 된다.

    그래서 자신을 위한 선택과 절제된 삶의 가치를 깨닫고 가능성 있는
    미래를 향해 달리게 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4일자).

    ADVERTISEMENT

    1. 1

      [한경에세이] CEO의 치트키, 신뢰

      조직을 이끌다 보면 숫자와 전략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돌아보게 되는 것이 우리의 상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조직 안에 흐르는 분위기와 서로를 대하는 태도 같은 것들이다. 그런 상태는 시간이 지나며 신뢰를 쌓는 바탕이 되기도 하고, 그 반대의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신뢰는 거창한 선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약속을 지키는 일, 말과 행동의 일치,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선택 같은 사소한 행동이 쌓이며 형성된다. 하지만 신뢰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한 번 금이 가면 회복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고, 관계의 소모도 뒤따른다. 그래서 신뢰는 평소에는 가볍게 여겨지지만, 잃고 나서야 그 무게를 실감하게 되는 자산이다. 비즈니스에서 신뢰는 두 가지 층위로 작동한다. 계약과 규칙, 시스템에 기반한 ‘거래적 신뢰’가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쌓이는 ‘관계적 신뢰’가 있다. 전자는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고, 후자는 위기 속에서도 조직을 움직이는 힘이 된다. 블록체인의 사슬 구조가 쉽게 끊어지지 않듯, 조직의 신뢰 역시 작은 약속들이 연결되며 축적된다.신뢰가 쌓이면 조직의 속도와 성과는 함께 높아진다. 설명과 검증에 드는 비용이 줄고, 의사결정과 실행 과정에서의 마찰이 감소한다. 이런 순간, 신뢰는 조직 운영의 ‘치트키’처럼 작동한다. 조직 안의 신뢰는 리더의 말과 결정뿐 아니라, 구성원 각자의 태도와 선택에 의해 유지되거나 흔들린다. 이 흐름은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협력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고객과 투자자,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로 확장된다.이 지점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리더의 역

    2. 2

      [이슈프리즘] 정치에 휘둘려선 안 될 해외 자원개발

      우리나라가 해외 자원 개발에서 처음으로 큰 성과를 낸 것은 1984년 참여한 예멘의 마리브유전 사업에서였다. 1970년대 두 번의 ‘오일쇼크’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절감한 정부는 국경 밖에서 해법을 찾았다. 석유공사를 축으로 SK, 현대종합상사, 삼환이 손잡고 이 사업 지분 24.5%를 확보했다. 이듬해 원유 생산이 시작됐고, 1987년부터 마리브산 원유가 국내로 들어왔다. 투자금액의 세 배가 넘는 수익이 돌아왔다.1998년 시작한 베트남 15-1광구 개발도 상징적 사건이다. 순수 국내 기술진이 직접 원유를 발견한 첫 사례다. 해외 자원 개발이 단순한 투자 사업이 아니라 국가 산업 경쟁력의 연장선이란 인식이 자리잡았다. 성공만 한 건 아니다. 1990년 뛰어든 리비아 NC 170~172광구 사업은 대규모 손실을 보고 철수했다.에너지 확보가 국가 안보 문제와 직결되면서 정부는 1978년 해외자원개발촉진법을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1982년엔 자원의 범위를 석유, 가스뿐 아니라 광물, 농축산물, 수산물까지 확장했다. 하지만 이후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롤러코스터를 탔다.이명박 정부는 공기업을 중심으로 해외 광물자원 개발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 없이 나섰다가 상당수 사업이 실패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엔 투자 부실이 커졌다. 박근혜 정부에선 투자 실패에 따른 공기업의 재무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해외 사업을 대폭 축소했다. 민간 중심 전략을 폈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상황이 더 급변했다. 자원 개발 자체가 ‘적폐’로 낙인찍혀 사실상 정책 무대에서 사라졌다. 윤석열 정부는 재개 의지를 밝혔지만 이미 관련

    3. 3

      [천자칼럼] AI 구세주인가 종말적 파괴자인가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 앤드리슨호로위츠(a16z)의 수장 마크 앤드리슨은 대표적인 인공지능(AI) 낙관론자다. 그는 AI가 인간을 신의 영역으로 이끌 구세주라고 칭한다. 인류의 IQ를 500, 1000으로 확장해 난제를 해결하고 생산성 극대화로 진정한 ‘풍요의 시대’를 열 수 있다고 한다. 실업의 공포에 대해서도 AI가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앤드리슨에게는 AI 발전을 멈추는 것이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살인 행위다.설립 21개월 만에 유니콘기업에 등극한 퍼플렉시티의 창업자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AI에 ‘인류 해방자’ 타이틀을 붙여 줬다. 부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호기심이며, AI는 인간을 권태와 무료함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골드만삭스, 맥킨지 등 세계적 금융·컨설팅 기업도 AI가 세계 경제에 미칠 장밋빛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오픈AI의 챗GPT 출시로 촉발된 생성형 AI의 대중화 원년인 2023년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최근엔 그 기류가 확 바뀌었다. AI발 일자리 상실에 대한 ‘둠스데이 형’ 보고서가 잇따르고 있다. 그런 와중에 엊그제 미국 월가 한 시장분석업체의 ‘2028년 글로벌 지능 위기’ 보고서가 메가톤급 파장을 낳았다.AI가 실패해서가 아니라 AI가 너무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바람에 경제의 파국을 초래한다는 게 요지다. 대규모 화이트칼라 감원으로 기업은 역대급 이익을 올리고, 국내총생산(GDP)도 뛰어오르지만 그 부는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고 극소수 정보기술(IT) 자산가에게 집중되는 ‘유령 GDP’일 뿐이다. 여기에 각 기업이 자체 AI 에이전트를 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