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로 발표가 임박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포철 경영진단 보고서"
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특히 이 보고서가 포철의 민영화와 경쟁체제 도입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해당사자들의 희비가 교차하는등 적지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KDI 보고서는 당초 공기업경영평가위원회(위원장 재정경제원장관)에서
지난 94년초 포철의 특별경영진단을 목적으로 발주한 것.KDI는 이를위해
삼일회계법인등을 포함한 연구용역반을 구성해 포철의 경영합리화 방안등
을 연구해왔다.

원래는 작년 2월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3차례
나 연기돼 이달말까지 통산부에 최종 보고토록 돼있다.

문제는 이 보고서의 부록부분."민영화 가능성 연구"라는 제목으로 보고
서에 따라붙은 부록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KDI는 이 부록에서 포철의 경영합리화를 위해선 민영화가 불가피하며 고
로방식의 일관제철소도 민간기업에 허용해 경쟁을 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다.

이는 현대그룹이 일관제철소 건설추진을 공식화한 것과 맞물려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재미있는건 이 보고서에 대한 통산부와 포철 현대그룹등 이해당사자들의
엇갈린 반응이다.

우선 현대의 일관제철소 건립을 반대해온 통산부는 꽤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애써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통산부관계자는 "KDI가 포철민영화와 경쟁체제 허용을 주장한 것은 포철
의 경영합리화 방안 연구라는 보고서 발주 취지와 다른 것"이라며 "연구
기관 입장에서 원론적인 수준의 주장을 편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연구기관의 보고서는 참고사항일뿐이며 정부의 정책판단
은 별개"라고 덧붙였다.

현대의 경우 천군만마를 얻었다는 표정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KDI의 주장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통산부도 객관적
인 연구기관의 연구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KDI보고서의 형식적인 발주처로 용역비 4억3천만원을 부담한 포철
은 아무래도 떨떠름해 하는 눈치다.

포철관계자는 "연구기관의 보고서에 왈가왈부할 순 없지 않느냐"면서도
"괜히 돈만 날린 기분"이라고 털어놓았다.

통산부는 이달안에 KDI로부터 보고서를 제출받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발표내용에 민영화와 경쟁체제 도입을 주장한 "부록"을 포함시킬
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통산부관계자는 밝혔다.

통산부가 보고서 내용을 전부 발표하든,하지 않든간에 KDI보고서는 현대
의 제철소 건립을 둘러싼 찬반논란을 재연시킬 전망이다.

통산부와 업계가 이보고서 발표에 긴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