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301) 제8부 아늑한 밤과 고요한 낮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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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봉은 가련에게 보채의 생일잔치에 대해 의논을 하려고 하였던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생각하며 대부인에게로 건너갔다.
대부인이 보채의 생일잔치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생일비용으로
스무냥을 희봉에게 건네주며 이것 저것 지시를 하였다.
"이번 보채의 생일은 지난번 대옥의 생일 때보다는 더 풍성하게
차려야 되겠지.
대옥은 비녀를 꽂는 생일을 치른 것은 아니었으니까.
음식상도 푸집하게 차리고 극단도 데리고 와서 연극 공연도 하고,
보채가 한껏 즐거워 하도록 생일잔치를 차리도록 해"
그런데 대부인의 지시를 받는 희봉이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니? 보채 생일 차려주기가 귀찮아서 그러니?"
대부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할머님, 생각해 보세요. 이 스무냥으로 어떻게 음식상을 푸짐하게
차리며 연극 공연까지 할 수 있겠어요?"
"아하, 그러니까 생일 비용이 적다 이거지? 그 스무냥은 내가 내어놓은
생일비용이지, 그것만 가지고 생일을 치르라는 것은 아니지"
대부인이 싱긋이 웃으며 말했다.
"모자라는 것은 네가 부담하여라 이거군요"
"너 혼자 부담하라는 것은 아니야. 수단껏 여기 저기서 갹출을 해봐.
봉저의 실력을 이때 발휘해야지 언제 발휘해?"
봉저는 희봉의 별명이었다.
"아마 보옥 도련님의 생일이라면 할머님께서 생일비용을 다 대어주셨을
거에요.
하지만 보옥 도련님만 오대산으로 오를 건 아니잖아요"
대부인이 평상시에 산서성에 있는 불교의 성지인 오대산에 묻히고
싶다는 말을 종종 해왔으므로 희봉이 대분인의 무덤에 성묘 가는 일을
오대산 오른다는 말로 표현한 것이었다.
"아유, 저 봉저 주둥이 놀리는 거 좀 봐.
나도 입심이라면 남에게 지지 않는 편인데 봉저한테는 두손을 든다니까.
저 입 놀리는 거 보면 꼭 오대산 원숭이 입 놀니는 꺼랑 같다니까"
오대산 원숭이라는 말이 나오자 모두들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저도 보채 언니 생일 구경을 하고 가야겠네요.
보채 언니 생일만 아니면 내일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상운이 자기 생일잔치라도 벌어지는 것처럼 상기된 표정으로 떠벌렸다.
"그럼. 연극도 구경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가야지"
대부인이 상운을 사랑스런 눈길로 지그시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5일자).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생각하며 대부인에게로 건너갔다.
대부인이 보채의 생일잔치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생일비용으로
스무냥을 희봉에게 건네주며 이것 저것 지시를 하였다.
"이번 보채의 생일은 지난번 대옥의 생일 때보다는 더 풍성하게
차려야 되겠지.
대옥은 비녀를 꽂는 생일을 치른 것은 아니었으니까.
음식상도 푸집하게 차리고 극단도 데리고 와서 연극 공연도 하고,
보채가 한껏 즐거워 하도록 생일잔치를 차리도록 해"
그런데 대부인의 지시를 받는 희봉이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니? 보채 생일 차려주기가 귀찮아서 그러니?"
대부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할머님, 생각해 보세요. 이 스무냥으로 어떻게 음식상을 푸짐하게
차리며 연극 공연까지 할 수 있겠어요?"
"아하, 그러니까 생일 비용이 적다 이거지? 그 스무냥은 내가 내어놓은
생일비용이지, 그것만 가지고 생일을 치르라는 것은 아니지"
대부인이 싱긋이 웃으며 말했다.
"모자라는 것은 네가 부담하여라 이거군요"
"너 혼자 부담하라는 것은 아니야. 수단껏 여기 저기서 갹출을 해봐.
봉저의 실력을 이때 발휘해야지 언제 발휘해?"
봉저는 희봉의 별명이었다.
"아마 보옥 도련님의 생일이라면 할머님께서 생일비용을 다 대어주셨을
거에요.
하지만 보옥 도련님만 오대산으로 오를 건 아니잖아요"
대부인이 평상시에 산서성에 있는 불교의 성지인 오대산에 묻히고
싶다는 말을 종종 해왔으므로 희봉이 대분인의 무덤에 성묘 가는 일을
오대산 오른다는 말로 표현한 것이었다.
"아유, 저 봉저 주둥이 놀리는 거 좀 봐.
나도 입심이라면 남에게 지지 않는 편인데 봉저한테는 두손을 든다니까.
저 입 놀리는 거 보면 꼭 오대산 원숭이 입 놀니는 꺼랑 같다니까"
오대산 원숭이라는 말이 나오자 모두들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저도 보채 언니 생일 구경을 하고 가야겠네요.
보채 언니 생일만 아니면 내일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상운이 자기 생일잔치라도 벌어지는 것처럼 상기된 표정으로 떠벌렸다.
"그럼. 연극도 구경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가야지"
대부인이 상운을 사랑스런 눈길로 지그시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