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미리 알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 꿈이다.

이러한 꿈은 인간능력의 한계성때문에 종교적 염원으로 끝나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과학적 방법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려는 인간의 집념은 부단히
이어지고 있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많은 경제연구소가 경기 등 각종 경제
전망을 예측함으로서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을 돕는 것이 최근의 유행하는
추세다.

그러나 인간의 심리 행태를 연구대상으로 하는 사회과학은 그 정치성과
예측성에 있어서 자연과학에 비해 크게 미흡하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각 연구기관이 연초에 전망했던 경제예측치가 실적치를
크게 벗어나서 이에 대한 실망과 비판의 소리가 어느때보다 높았다.

현대경제학은 실천과학으로서 인간의 경제행위와 관련된 모든 통계와
정보르르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정확한 분석과 예측을 시도하고 있다.

경제 현상을 수백개의 방정식으로 표현하고 이를 사용하여 경제전망을
하는 계량경제학의 기법은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날로 그 정교함을
더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과학에 비해서 정확한 경제예측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우선 자연과학과는 달리 경제학에서는 사전에 실험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거듭된 실험의 결과를 이론화하여 숨겨진 자연법칙을 규명해 내는 자연과학
에서는 예측에서의 오차가 적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회현상으로서의 경제현상이란 정치, 사회의 움직임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게 되어 예측의 불확실성이 더해지기 마련이다.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을 예견하여, 그 때문에 연말의 소비경기가
갑자기 위축되리라고 전망한 경제모델은 없는 것이다.

경제학이 연구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경제현상이란 수많은 개별 경제 주체들
의 경제행위를 통합한 것이다.

소우주라고 할만큼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인간심리 행태를 대상으로 하는
경제학은 그런 의미에서 "마음의 학문"인 셈이고, 따라서 미래 경제현상에
대한 완벽한 예측은 어차피 불가능할지 모른다.

"경제학자는 경제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사후적으로
경제현상의 결과를 잘 설명할 따름이다"라고 갈파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새뮤앨슨 교수의 말에 새삼 수긍이 간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