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일본 NEC사와 싱크로너스 D램 제품 규격을 통일키로 한 것은
조기에 메모리반도체의 세계 표준방식을 만들고 이를 지렛대로 삼아
반도체 경기와 관계없이 안정적 수익기반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세계 D램 공급 1위와 3위 업체인 삼성과 NEC가 표준규격을 만들어
세계 시장을 분할할 경우 경기를 주도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안정적 수익기반은 2가지 측면에서 확립할 수 있다는 게 반도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표준화규격을 만들어 양사가 현재의 셰어(지난 93년 25.5%)에서
한발짝 더 나아갈 경우 이른바 메모리분야에서도 "윈텔 사이클"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인텔 등 PC메이커가 싱크로너스 타입의 고속메모리를 사용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현재는 CPU(중앙처리장치)와 D램의 속도차이 때문에 캐시 메모리를
이용하고 있으나 싱크로너스 D램을 사용할 경우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이는 PC메이커 측에서도 제조 코스트면에서 상당한 메리트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결국 싱크로너스D램이 일반 D램을 대체하면서 수요가 폭증하고 그
수요를 독점할 수 있을 것이란 게 두 회사의 속내다.

이는 두 회사가 예상보다 빨리 오는 6월 제품 규격을 경쟁업체들에게
공개키로 한 데서 엿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삼성-NEC 혈족"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모든 반도체 업체들이 이번 표준기술을 사용토록함으로써
"군웅할거"형의 시장구조를 삼성과 NEC를 정점으로한 "대가족군"으로
바꿔버리겠다는 것.

그리고 NEC(10.1%)보다 셰어가 많은 삼성(15.1%)은 "가부장"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생각이다.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두번째 측면은 바로 대가족군
형성의 부산물에 근거한다.

세계 반도체 업계엔 "97년 위기론"이 퍼져있다.

대만이 시장에 본격 참여할 이 때부터 "공급과잉"이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세계 시장은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삼성은 대가족군의 수장자리를 차지할 경우 이같은 혼란에서
"열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원하는 대로 몰고 갈 수 있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또 기술흐름을 좌지우지함으로써 후발주자들과 기술격차를 벌려
안정권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

삼성은 이번 NEC와의 제휴에서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올해초
이 제품을 미국 인텔사에 싱크로너스 D램을 공급키로 한 것과 관련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은 인텔사가 차세대 CPU(중앙처리장치)로 내놓을 "트라이톤VX"에
싱크로너스D램을 공급키로 합의했다.

인텔이 초기물량에 삼성 제품을 사용키로 한 것은 바로 그 제품이
표준화된다는 것을 뜻한다.

삼성으로서는 차세대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전초기지"를
마련한 셈이다.

삼성이 NEC와의 공동전선 구축을 통해 노리는 것은 이 전초기지를
요새화하겠다는 것이다.

가급적 빨리 시장을 일반D램에서 싱크로너스D램 중심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의도다.

경쟁업체들에게 대응할 만한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시장을 몰아
붙인다는것.

독점적 지위에서 가격결정권을 갖고 "단 열매"를 따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의 이같은 전략이 어느정도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세계 PC메이커들이 언제부터 싱크로너스 D램을 본격적으로 채용할
것인가가 아직은 드러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늦어도 1년안에는 싱크로너스 D램이 일반 D램을 대체하기
시작할 것"(반도체 산업협회 김치락부회장)이 확실하다.

이 말은 삼성이 싱크로너스분야의 선두업체가 됨으로써 안정적인
성장발판을 마련했다는 뜻이다.

삼성이 구상하고 있는 "약속의 땅"이 어느정도의 넓이가 될 지 두고볼
일이다.

<조주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