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원은 종 잡을 수가 없다.

일주일에 몇번씩 골프를 쳐도 평생 홀인원을 못해 본 골퍼가 수두룩한가
하면 구력 일년이 채 안돼서도 덜컥 에이스를 기록하는 행운아도 있다.

어떻튼 홀인원은 꿈의 기록이다.

스코어는 노력여하에 따라 성취가 가능하지만 홀인원만은 아무리 하고
싶어도 의지대로 되는 게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골프를 좋아하는" 당신이 96년도에 국내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기록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통계를 근거로 계산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해 대한골프협회(KGA)에 보고된 국내 골프장에서의 총 홀인원
횟수는 263개이다.

그러나 KGA는 실제 기록된 홀인원의 약 20%정도는 집계에서 누락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갖가지 이유로 골프장측에 통보하지 않은 홀인원이 있을 수 있다는 것.

따라서 통계에서 누락된 홀인원을 20%로 가정, 그것을 포함시키면 지난
일년동안 국내골프코스에서의 전체 홀인원 수는 316개 정도로 볼 수
있다.

한편 지난해의 총 골프장 내장객 수는 703만명선으로 한국골프장사업
협회가 잠정 집계하고 있다.

총 703만명이 내장, 316개의 홀인원이 기록됐다면 그 확률은
2만2,247분의 1이 된다.

그러나 총 내장객수 703만명은 골퍼들의 중복 내장은 계산하지 않은
수치이기 때문에 자신이 1회이상 골프를 쳤다면 그 확률은 더 높아 질수
있다.

예를 들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일주일에 한번꼴로 라운드, 52주동안
52회 골프를 쳤다면 그 골퍼가 국내에서 홀인원을 기록할수 있는 확률은
428분의 1로 높아 진다.

<>.국내에서 일주일에 한번 라운드하는 골퍼가 일년이라는 기간에
홀인원을 기록할 수 있는 가능성이 428분의 1이라는 계산은 한숨을
절로 나오게 한다.

주말골퍼의 경우 428년동안 골프를 쳐야 한번의 홀인원을 낚을수 있다는
얘기도 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니 홀인원은 희귀할 수 밖에 없다.

주위에서 종종 "홀인원했다"는 소리가 들리는 것은 희귀성에 비례해서
그 "소문"도 것 잡을수 없이 커지는데 기인할 따름이다.

그러나 아무리 드물어도 홀인원은 누군가에 의해 기록되게 마련이다.

구력 10여년동안 홀컵을 스치거나 돌아 나오는 경우만 수십차례 있어
"홀인원과는 정말 인연이 없다"던 골퍼도 어느날 갑자기 행운의 소식을
전해 오는 게 그 속성이다.

솔직히 평범한 주말 골퍼의 경우 이븐파스코어 보다는 홀인원 확률이
더 높은 것 아닐까.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