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에 구조재편의 ''태풍''을 예고하는 ''파랑''이 일고 있다.

오는 7월1일로 예정된 외항해운업의 진입규제 완화를 앞두고
내항선사들이 대거 외항선사로의 변신을 추진하고 있어 해운업체간
경쟁이 지금보다 훨씬 더 격렬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기득권을 지키려는 기존 외항해운선사들의 움직임도 만만치않아
진입규제가 어느정도까지 완화될지 미지수이긴 하다.

하지만 정부가 규제완화를 약속한만큼 내항선사들의 외항해운 진출은
막을 수없는 대세이고 특히 외항진출을 추진하는 업체들이 대부분
대기업그룹 계열사여서 장기적으로는 해운산업의 구조재편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그동안 해운업을 외항선업과 내항선업으로 구분해 선복량기준
5만t이상의 업체에 대해서만 국제항로 면허를 내줬다.

외항선업은 다시 근해와 원양으로 나눠 근해는 5만t이상으로 하되
태평양항로와 같은 원양해운은 20만t이상으로 제한했다.

과당경쟁에 따른 해운회사의 부실화를 방지한다는 취지였으나 해운
서비스의 향상을 위해서는 업체간 경쟁이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바꿔이
기준을 완화키로 한 것.

구체적 기준은 공청회등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나 원양과 근해의 구분을
없애고 외항선사의 자격기준도 대폭 완화한다는게 정부의 기본방침이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현재 외항선업진출을 추진하고있는 업체는
대략 10여개사.

쌍용해운 동양해운 동부고속(해운사업부)대한해운 신성해운 대양상선
대한통운 등으로 기존 외항선사가 32개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게다가 이들 내항선사의 경우 대부분 선복량이 5만t을 넘어 당장이라도
국제항로 취항이 가능한데다 대기업그룹 계열사가 많아 물량확보에 큰
어려움이 없는 업체들이다.

그만큼 외항업 진출에 적극적이다.

실제로 쌍용 동양 동부 대한통운등 대기업그룹에 속해있는 내항선사들은
우선은 동남아 노선에 취항하되 점차 태평양 대서양노선에도 뛰어든다는
계획을 이미 세워놓고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통운은 오는 98년까지 컨테이너전용선 등 15척의 선단을 확보한다는
계획아래 정부의 진입규제 완화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들 내항선사외에 한보와 삼성도 외항해운업 진출 채비를 하고있다.

철강원료 및 제품의 수송을 위해 해운업체를 설립하려하고 있는 한보는
이미 지난 94년 (주)한보에 해운사업부를 설치해 워밍업에 들어갔다.

단독진출이 여의치않을 경우엔 동국제강 동부철강 삼미특수강 등 다른
철강회사들과 공동출자해 외항선사를 설립한다는 방안까지 마련해놓고
있다.

삼성은 그룹내 조선사업의 육성이라는 차원에서 해운업진출을 검토중이다.

조선경기의 불황에 대비키위해서는 계열해운사를 통한 자체발주물량을
확보해둘 필요가 있는데다 LNG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의 제조를 위해서도
해운회사를 통한 수송경험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

삼성은 현재 회사설립과 함께 기존 내항선사를 인수해 외항선업에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외항해운업 진출을 꾀하고 있는 업체는 비단 국내기업 뿐만이 아니다.

D해운 C상선등 10여개의 외국선사 국내 대리점들도 국제해운시장에서의
노하우를 앞세워 차제에 외항선사로 독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있어
앞으로 해운업은 춘추전국시대를 맞게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외항선업의 진입규제가 어느정도 완화되느냐가 변수다.

내항선사들이 선복량이 2만t만 넘으면 외항진출을 허용해야한다고
주장하는데 비해 기존 외항선사들은 섣부른 기준완화는 해운산업의
부실화만 초래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있다.

해운업계가 지금도 지난 85년 "해운산업합리화조치"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지나친 완화는 곤란하다는게 기존업체들의
지적.

기존업체들은 따라서 기준을 3만5천t 밑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밝히고
있다.

3월로 예정된 공청회를 거쳐 봐야 알겠지만 2만5천t 안팎에서 선이
그어지지 않겠느냐는게 대체적인 관측.

문제는 그래도 7~8개 내항선사들이 외항업체에 진출할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돼 해운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해운업계의 판도가 장차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 심상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