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란 구경하는 경기라기 보다 참여하는 경기이다.

따라서 축구를 직접해보지 않은사람은 축구의 참묘미를 잘알지 못한다.

공과 함께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기분도 기분이지만 항상 앞의 상대와
맞서야 하는 것이 사나이로서 부딪쳐야 하는 활기찬 삶을 연상케 한다.

특히 요즘 여가운동으로 즐기는 골프나 볼링등은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축구는 11명이 한몸처럼 움직여야 하는 조직운동이다.

때문에 축구의 묘미는 바로 패스에서 나온다.

개인기도 중요하지만 역시 잘하는 축구는 유기적인 패스의 연속성이
생명이다.

패스에 익숙하다보면 "나"보다는 "우리"가 앞선다는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결국 팀웍없이는 백전백패하는 것이 축구다.

우리 윗말조기축구회는 이런 뜻에서 다른모임과는 상당히 다르다.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맡은 자리를 꼭 지킨다.

배구 야구 테니스 탁구 핸드볼등 공으로 하는 운동은 대부분이 손으로
한다.

유독 축구만 손을 자제한다.

손은 잔재주를 상징하지만 발은 강인한 힘과 부지런함을 상징한다.

발로 뛰는 사람들은 각자 다른직업을 가지고 흩어져 있지만 시합이있거나
연습을 해야할 땐 한결같은 마음으로 뭉친다.

윗말조기축구회는 인천 가좌동지역의 축구동호인모임이다.

주로 과거에 선수생활을 해본적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8년전에 조직
되었다.

회원은 30명.

한번 입단하면 발로 뭉치는 특유의 분위기에 젖어 쉽게 탈퇴를 하지
않으며 멀리 이사를 가더라도 일요일이면 꼭 참석한다.

지난 94년 9월 윗말축구회는 제주도 최남단에 있는 모슬포조기축구회
(회장 윤덕종)와 상호친선경기를 갖자는 얘기를 우연히 주고 받게 됐다.

단순히 의견만 오간 상태인데 갑자기 5일전 25명의 회원이 항공편으로
도착한다는 통보를 해왔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상경, 우리를 당황하게 했던 것이 어쩌면 제주사람들의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 같았다.

모슬포축구회는 95년 3월 우리팀을 부부동반으로 제주도로 초청했다.

그들의 인심은 너무나 정겨웠다.

바닷가에서 벌인 친선경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일반관광을 가서는 쉽게 구경할 수 없는 장소를 골라
안내해주었다.

무엇보다 바닷가 큰 바위아래서 스킨스쿠버로 따온 소라에 함께한 소주맛은
잊을 수 없다.

회원중 김윤복고문은 바쁜 국정행사중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10분을 버티지 못하지만 언제든 솔선해서 앞장선다.

윤석경 고문은 축구라면 어떤 일이든 뒤로 미루는 열성파다.

엄청난 체력관리로 3게임을 풀로 뛸 수 있다.

추수철 고문은 회원들이 좋다면 무슨일이든 무조건 밀어붙이는 불도저형
이다.

가끔 골대 근처에 잘못 서있는 버릇이 있다.

이로 인해 맥주를 사야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김수현 이사는 팀의 최고령이다.

항상 즐겁게 게임에 임하는 것이 회원들에게모범이 된다.

안동인 이사는 기가 막힌 센터링으로 상대를 당황하게 만든다.

이영택 감사는 국가대표체조선수출신으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관왕을
누린 사람으로 기초체력관리로 회원들을 돕는다.

김광성 이사는 유화한 성격으로 팀을 조화시킨다.

필자는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