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때의 지리학자들은 한반도 땅을 동과 서로 갈라 놓은 산줄기를
백두대간이라 불렀다.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동쪽 해안선을 끼고 남쪽으로 흐르다가 태백산에
이르러 서쪽으로 기울어져 남쪽 내륙의 지리산까지 뻗은 거대한 산줄기다.

백두산~포태산~두류산~황초령~철용산~두류산~금강산~설악산~오대산~태백산
~소백산~속리산~덕유산~지리산으로 이어진 국토의 골간이다.

일찌기 영국의 저술가 로 러스건은 산을 가리켜 "자연 풍경의 시초요
종마"이라 했다.

그것은 백두대간의 산들이 우리 국토의 자연을 표상해 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다.

실제로 백두대간의 산들에 돌라가본 사람이라면 중국 당나라때의 신인
소식이 "강산첩 도시"에서 노래한 산폭의 극치를 절감하게된다.

"강위에 천산은 시름속에 첩첩 / 공중에뜬 각른 이내는 구름연기 같아라 /
산이냐 구름이냐 도무지 알수가 없구나 / 연기 맑아지고 구름 걷힐 적엔
산만 우뚝하다"

한없는 산정을 느끼게 하는게 백두대간의 산들이다.

그런데 근년 들어 레저인구와 등산객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자연의 정취를
느끼기에 앞서 눈살을 찌푸려지게 하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휴일이나 휴가철이면 몰려드는 사람의 행렬과 그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더미. 휴양시설을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산을 깎아 세운 건물군,
산의 팔방으로 난 등산로들. 인재의 중병에 시달려 온지 오래다.

급기야 정부는 백두대간의 주요 산들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공원관리
공단으로 하여준 관리를 해 왔는가하면 몇년전부터는 일부 등산로를 일정
기간동안 폐쇄하는 유식년제를 도입했다.

그런데도 공단의 예산부족에 따른 인원과 장비 미비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한 기관이 최근 백두대간의 산들을 잇는 길을 내겠다고 나섰다.

산림청이 설악~오대~태백~소백~속리~덕유~지리산을 잇는 총연장 670km의
탐방로(폭 2~3m)를 만들어 일반등산객들에게 개방함으로써 국토사랑정신을
고취하겠다는 것이다.

언뜻 생각해 보면 그럴듯한 구상이랄수 있다.

설악 또는 지리에서 출발하여 백두대간을 종국할수 있는 길이 난다면
얼마나 낭만적인 일이겠는가.

그러나 문제는 지금도 인재에 시달리고 있는 대간의 산들을 더욱 훼손
시키는 촉매제역할을 할뿐이라는 사실에 있다.

국토사랑정신의 고취라는 목적도 그 대역사의 이유로 설득력이 없다.

현대문명사회에서 환경보존의 중요성이 어떠한 것인가를 관계당국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