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출판가] 소설집 '지금 사라지는 남자'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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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남자를 테마로 한 소설만을 모은 책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완서 박범신 이문열 채희문 이승우 신경숙씨등 10명이 나날이 왜소해지는
남자들에 대해 쓴 작품을 엮은 "지금 사라지는 남자" (박완서외저
동광출판사간)가 화제의 소설집.
"간 큰 남자" 시리즈가 유행하는 오늘의 사회현실을 반영하듯 작품속의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삶의 고단함에 지쳐있다.
오랫동안 남성위주의 사회에 눌려온 여성들이 자유와 평등을 부르짖으며
반기를 드는 한편에서 남성들 또한 "슈퍼맨 콤플렉스"와 신소외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사회의 상황이다.
이속에서 남성들은 물질만능과 개인주의, 부권의 실추등으로 위축돼
있으면서도 각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따라서 이 소설집은 오늘날 남성들이 직면한 문제들이 어떠한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 파생됐으며 어떻게 해야 이같은 난관을 해결할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생각케 한다.
박완서씨의 "유실"은 성인병에 시달리는 중년남성의 불안을 다루고 있으며,
박범신씨의 "청운의 꿈"은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고 방황하는 고시낙방생의
괴로움을, 이상락씨의 "단술"은 결혼상대자를 구하지 못하는 농어촌 총각들
의 애환을 각각 그리고 있다.
이순원씨의 "갈 새들은 어둡기 전에 둥지를 뜬다"에는 부모를 모시지
않으려는 아내와 집안식구들의 갈등이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으며,
이승우씨의 "그의 실종"에는 부평초 인생을 자초한 한 남성의 허망함이
배어 있다.
이문열 김호운 채희윤 채희문씨의 작품에도 장남으로서 짊어져야 할 강제된
책무감과 고학력 실업자의 우울한 일상, 세일즈맨의 고뇌등이 엿보인다.
표제작인 신경숙씨의 "지금 사라지는 남자"는 고향을 잃고 도시변두리로
흘러왔다가 끝내 가슴의 응어리를 풀지 못하고 실종돼버린 한 남자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그는 수몰지구로 변해버린 자신의 고향을 잊지 못해 밤마다 마늘 심고
콩밭 가는 꿈으로 잠을 설친다.
그에게서는 논물 대고 오는 싸한 물냄새 대신 담배냄새가 풍기고 황토흙을
씩씩하게 뒤엎던 기운도 찾아볼 수 없다.
초췌한 도시생활을 더이상 견디기 힘들 때 그는 사나흘이나 열흘씩 집을
나가 근교의 추수밭에서 남의 탈곡기를 돌리다가 가끔 손가락을 다쳐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완벽하게 사라져버린다.
그가 보이지 않는데도 이 도시와 그의 아내는 꿈쩍도 않는다.
화자인 나 역시 그들을 탓하지 못한다.
그를 실종시킨 집단의 가담자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7일자).
박완서 박범신 이문열 채희문 이승우 신경숙씨등 10명이 나날이 왜소해지는
남자들에 대해 쓴 작품을 엮은 "지금 사라지는 남자" (박완서외저
동광출판사간)가 화제의 소설집.
"간 큰 남자" 시리즈가 유행하는 오늘의 사회현실을 반영하듯 작품속의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삶의 고단함에 지쳐있다.
오랫동안 남성위주의 사회에 눌려온 여성들이 자유와 평등을 부르짖으며
반기를 드는 한편에서 남성들 또한 "슈퍼맨 콤플렉스"와 신소외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사회의 상황이다.
이속에서 남성들은 물질만능과 개인주의, 부권의 실추등으로 위축돼
있으면서도 각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따라서 이 소설집은 오늘날 남성들이 직면한 문제들이 어떠한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 파생됐으며 어떻게 해야 이같은 난관을 해결할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생각케 한다.
박완서씨의 "유실"은 성인병에 시달리는 중년남성의 불안을 다루고 있으며,
박범신씨의 "청운의 꿈"은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고 방황하는 고시낙방생의
괴로움을, 이상락씨의 "단술"은 결혼상대자를 구하지 못하는 농어촌 총각들
의 애환을 각각 그리고 있다.
이순원씨의 "갈 새들은 어둡기 전에 둥지를 뜬다"에는 부모를 모시지
않으려는 아내와 집안식구들의 갈등이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으며,
이승우씨의 "그의 실종"에는 부평초 인생을 자초한 한 남성의 허망함이
배어 있다.
이문열 김호운 채희윤 채희문씨의 작품에도 장남으로서 짊어져야 할 강제된
책무감과 고학력 실업자의 우울한 일상, 세일즈맨의 고뇌등이 엿보인다.
표제작인 신경숙씨의 "지금 사라지는 남자"는 고향을 잃고 도시변두리로
흘러왔다가 끝내 가슴의 응어리를 풀지 못하고 실종돼버린 한 남자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그는 수몰지구로 변해버린 자신의 고향을 잊지 못해 밤마다 마늘 심고
콩밭 가는 꿈으로 잠을 설친다.
그에게서는 논물 대고 오는 싸한 물냄새 대신 담배냄새가 풍기고 황토흙을
씩씩하게 뒤엎던 기운도 찾아볼 수 없다.
초췌한 도시생활을 더이상 견디기 힘들 때 그는 사나흘이나 열흘씩 집을
나가 근교의 추수밭에서 남의 탈곡기를 돌리다가 가끔 손가락을 다쳐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완벽하게 사라져버린다.
그가 보이지 않는데도 이 도시와 그의 아내는 꿈쩍도 않는다.
화자인 나 역시 그들을 탓하지 못한다.
그를 실종시킨 집단의 가담자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