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마다 입사 동기생의 모임은 매우 흔하지만 69년도 농협입사 동기생
모임인 농협 팔우회는 여러가지 면에서 유별난 데가 있다.

우선, 회원의 수와 질면에서 농협의 고유조직을 제외하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969년4월1일.

청운의 푸른꿈을 안고 128명의 우리 회원은 "농촌이 살아야만 나라가
산다"는 일념으로 농협 신규 직원으로서 사회의 첫발을 내딛었으며, 27년간
한결같이 농민본위, 항재농장, 실사구시정신으로 농협에서 봉직해 왔다.

현재 우리 회원은 부장급35명, 차장급32명, 그리고 과장급11명, 모두
78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국 주요부서에 골고루 흩어져 있다.

그러나 단합도 잘되고 있어 서로간의 우의도 매우 돈독하다.

입사 10년만에 결성된 우리 모임은 초대회장에 김훈동 오산 화성시군
지부장이, 2대 회장에 정진석 원예특작 부장이, 3대 회장에 김광홍 신탄진
지점장이, 4대 회장에 윤웅재 자금부장, 5대 회장에 정현가 국제금융부장,
6대회장에 조사부장을 맡아오다가 지난해 큰뜻을 품고 현재 농촌운동에
전념하고 있는 고현석 박사, 7대 회장에 한상국 양평군 지부장, 8대 회장에
우기현 안동시 지부장이, 9대 회장에는 필자의 박천식 총무가 한팀이 되어
맡고 있고 차기회장으로는 박철기서울대지점장을 선출해 놓고 있다.

매년 등산, 또는 체육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회원의 경조사는 물론 승진,
이동시에도 기쁨과 애환을 함께 나누는 한편 퇴직시에는 송별 기념품을
증정하고 특별회원으로 대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년말에는 부부 동반하여 1박2일로 수안보에서 정기총회 겸
기념문집 발간 자축연을 개최하였으며 오래간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온천욕과
등산을 함께 즐기면서 회포를 풀고 우의를 다지는 뜻깊은 행사를 갖기도
하였다.

우리 팔우회에서는 회원들이 평소 틈틈이 작성한 논문, 수필, 시 등을
엮어 기념문집을 발간하고 있다.

제 1집은 입사 20주년을 기념하는 문집으로서 때마침 민주농협 원년을
맞이하여 중견간부로서 농협, 농촌, 그리고 농협발전을 위한 귀중한 의견이
담뿍 실려 있다.

제 2집은 입사 25주년을 기념하는 문집으로서 농협생활 4반세기를 마감하는
원로 직장인으로서 전문가적인 연구논총과 프로의 경지에 이르는 취미생활,
그리고 증후한 삶의 자세에 대한 다양한 장르의 글이 실려 있다.

이제 우리 팔우회도 농협직원 신분으로서 마감하는 날이 지척에 다가오고
있다.

돌이켜 보면 한마음 한뜻으로 한직장에서 이렇게 많은 회원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서로 사랑하며, 선의의 경쟁을 하며,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우정을 나누어 온 모임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팔우회가 있어 우리의 농협생활이 더욱 윤택해 질
수 있었음을 굳게 믿으며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우리의 우정은 농업과
농촌에 대한 애정과 함께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을 약속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