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기자는 골프에 관한한 아주 베태랑급이라해도 전혀 지나침이 없을
정도의 사람이다.

그는 글쓰는 일은 물론이고 세계의 명문골프장도 거의 모두 순례한
독보적 인물이다.

필자는 다행히 가끔 그를 만나 함께 라운드를 하며 그로부터 알게
모르게 골프를 느낀다.

골프를 하면서 보게 되는 그는 심리컨트롤에 능하다.

따라서 상대가 누구이든 내기에도 쉽사리 지지않는다.

그는 쇼트게임이 강하고 특히 퍼팅에 강하다.

어지간한 그린컨디션이라면 예닐곱발자국에서의 원퍼팅을 부담없이
잘한다.

그런 그에게도 약점이 있다.

드라이버거리가 비교적 안나고 연습장에도 거의 가지 않는다.

골프를 잘 알고 잘 치는 그이지만 그래도 70년대 스코어는 그리 흔치
않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는 연이틀을 그와함께 라운드를 하였다.

겨울철에 골프장에 잘 나가지 않는 필자로서는 날씨도 좋았을 뿐아니라
함께 라운드하는 멤버도 좋아 전에 없이 기분이 산뜻했다.

또 한동안 보지 못했던 K기자의 골프가 완전히 달라진 것을 보고 놀랐다.

그의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엄청나게 늘은 것이었다.

필자만 놀라는 것이 아니라 그와 즐겨 골프를 치는 K씨도 놀랐다.

때로눈 드라이버샷을 해 놓고 장타자인 K씨 더러 "짧은 사람부터 먼저
치시지요"라고 농을 걸 정도로 거리가 갑자기 는 것이었다.

유심히 지켜보자니 그의 임팩트순간의 왼발 버팀이라든가 오른쪽 어깨의
떨어짐이 정말로 일품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는 그날 그 능숙하던 쇼트게임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2라운드 동안 평소의 그답지 않게 버디를 하나도 잡지 못했다.

특히 이틀째 되던 날은 1m 가량의 버팅퍼팅도 놓치는 것이었다.

마침내 그는 "드라이버가 되니 퍼팅이 안되는군.

역시 골프는 공평해"하며 너털웃음을 웃는 것이었다.

골프게임은 크게 나누어 세가지로 이루어 진다.

우드샷 아이언샷 그리고 퍼팅이 그것이다.

그래서 하비.페닉도 이들을 대표하는 드라이버, 웨지 그리고 퍼터
중에 어느 것이 골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골퍼들에게
묻곤했었다.

그런데 세상에 골프하는 사람치고 이들 세가지를 모두를 다 같이
잘 구사하는 이는 하늘아래 없는 것 같다.

드라이버를 잘 치는 이가 퍼팅에 약하거나 퍼팅그린위에서 강한 사람이
페어웨이나 티잉그라운드에서는 의외로 힘을 못쓰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이다.

그럼에도 골프를 하는 사람들은 예외없이 세가지 모두를 잘 하려고
덤벼드는 경향이있다.

이런 골퍼들을 보노라면 한여름밤 부나비가 불을 쫓다가 저 타죽는 줄도
모르고 불로 뛰어 드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래서 필자는 어쩌다가 셋 중에 둘만이라도 잘 되는 날이면 콧 노래를
부른다.

왜냐하면 조물주는 이 세상 특정의 골퍼에게 세 가지를 통째로 잘 하게
하는 재주를 한꺼번에 내리지는 않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누구나 다 정자 좋고 물도 좋은 그런 곳에서
사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들 않는가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