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문마다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 정보화 특집이고 "산업화는
늦었으나 정보화는 앞서자"등의 구호이다.

과연 정보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우리가 안고 있는 과제는 무엇인가.

인류 발달과정의 연장선상에서 정보화의 의의를 살펴보기로 한다.

인류사회의 발전은 대체로 수렵사회->농업사회->산업사회->정보화사회의
순으로 이루어져 왔다.

각 단계를 거치면서 이전 단계 사회에서의 중심활동은 사라지기도 했으나
적어도 농업사회 이후의 활동은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서 그 효율성이
증대되었을 뿐 그 활동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활동의 비중이 커지는 것은 과거활동의 생산성이
극대화됨으로써 더 적은 자원으로 이전 사회의 중심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됐고 새로운 활동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더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경제발전과정에서 구조변화의 기본원리는 이것이고, 새로운 변화에 적응
하는 방법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

산업혁명이후 급속한 경제발전은 기계의 사용과 교통.통신의 발달에 기인한
것이었다.

증기기관의 발명이후로 지속된 에너지기술과 기계기술의 혁신은 생산활동에
있어 사람의 활동을 기계로 대체하는 기계화를 가져왔다.

교통수단의 발달은 멀리 떨어진 시장을 통합함과 동시에 커뮤니케이션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 왔으며 전기통신의 발달은 교통수요를 줄이고
커뮤니케이션을 훨씬 값싸고 쉽게 해왔다.

이에 따라 농업부문 뿐만 아니라 공업부문 전반에 걸쳐 생산성이 획기적
으로 향상됐고 새로운 공업제품이 쏟아져 나와 소비의 범위가 넓어졌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생산성향상은 인간의 육체노동을 기계화하는 작업장
단위의 자동화 수준에서 이루어졌으며 교통.통신의 발달은 생산성향상의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정보화사회를 잉태하는 기반기술은 무엇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컴퓨터와 통신의 혁명적 발전과 양자간의 융합이다.

컴퓨터의 발달은 모든 정보의 디지털화와 즉시적인 처리를 가능케 함과
동시에 제어를 자동화하게 되었다.

산업측면에서는 작업장 단위의 육체적 노동의 자동화를 넘어서 사람의
지적 활동도 자동화하게 됐다.

전송기술의 혁신과 컴퓨터기술의 융합에 따른 통신기술의 혁신도 사회의
모습을 바꾸어가고 있다.

우선 통신망 자체가 전세계를 커버하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통신
요금이 급속히 인하되어 사회 전부문이 네트워크화되어 모든 부문간 연결이
완벽해지고 있다.

다음으로 통신망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가 음성을 넘어서 데이터, 화상,
동화상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 사회활동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컴퓨터와 통신이 결합되는 정보화사회에서는 원하는 정보를 움직
이지 않고 즉시적으로 수집 전달 처리하고 이를 필요한 곳에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첫째 산업화사회에서 경제활동의 중심을 이루었던 공업부문의 생산활동이
극도로 자동화됨에 따라 필요한 인력과 자원이 대폭 절약된다.

산업활동에 정보화를 적용하느냐 못하느냐가 기업단위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보화는 기업 또는 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절대명제
가 되고 있다.

둘째 국민생활 전반에서도 네트워크화 컴퓨터화가 진행되어 국민들의
생활이 시.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고 정보의 다원적인 교류와 처리를 통해
풍요로움과 자유가 증가될 것이다.

셋째 이러한 산업및 국민생활의 효율성과 효용증가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정보시스템과 판매 가능한 정보 생산, 그리고 정보처리의 중요성이 커져
간다.

이부문의 수요와 수익성이 공업부문보다 높아짐을 의미한다.

넷째 산업활동에서 절약된 인력과 자원이 위의 새로운 분야에 고용돼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만약 산업의 효율화와 국민생활의 여유증가에 필요한 서비스와 재화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다면 심각한 무역수지 적자가 초래되고 따라서
경제발전은 지속할 수가 없다.

국내의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 기존산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대적 통신설비의 구축과 컴퓨터화가 하루 빨리 추진돼야
한다.

흩어진 정보를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수집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각 산업별로 기술력이
높아져야 한다.

범세계적 네트워크 구축과 정보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라 자기 기술을 바탕으로 약점을 보완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특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둘째 미래 산업으로의 진출을 위해, 그리고 산업부문에서 절약되는 인력.
자원의 고용을 위해 정보.통신기기 및 소프트웨어 등 새로운 산업이 육성
돼야 한다.

그렇다고 집중적 투자로 단기간내에 이 산업이 육성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우선 소프트웨어산업과 정보처리산업에 대한 기업환경을 개선해
주고, 이 분야의 인력공급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교육의 내용과 사회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정답을 맞추기 위한 시험공부 중심의 교육과 자기주장을 억제하는
집단주의적 문화로는 곤란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