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우리 재계에서는 총수들의 세대교체가 붐을 이루고 있다.

그 이유는 배경이 어디에 있든 우리나라 기업역사를 일구어낸 창업
1세대를 포함해 경제계의 주역들이 퇴진하는 것은 국가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고 해당 기업의 장래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은 많게는 수십개에서 적어도 몇개씩의 상장기업을 경영하던
그룹 총수였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서는 큰 뉴스가 아닐수 없다.

그런데 이들기업의 구체적 움직임을 보면 기업별로 조금씩 다른 반응을
읽을 수 있다.

매스컴을 통해 전임회장이 뉴스의 촛점이 되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후임자가 즉각 세상사람들의 관심권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또 그룹 내부가 그저 그렇게 조용하게 흘러가는 곳이 있는가 하면,
밖에서 들릴 정도로 즉시 내부 변화가 눈에 띠는 그룹도 있다.

새로운 회장의 실질적인 힘이나 성향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사실 갑작스런 총수들의 퇴진을 보면 그배경이 다소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점도 없지 않아서 지금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물러나지만 실질적으로는
수렴 청정하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없지 않다.

그러한 입장에서 볼때 일부 그룹들의 신임총수 행보는 분명 메가톤급
투자정보다.

경영자는 주식토자에 있어 왜 중요하고 얼마나 중요한가.

많은 요인중에서도 최근의 기업환경과 관련해 살펴보자면 위기관리와
투자조정이 이들의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지금은 주식시장에서도 느낄수 있을만치 우리 경제가 최근 몇년간과는
다르게 경기흐름이 동요의 기색을 보이고 있다.

이 시기의 대응 결과에 따라 훗날 한국 재계 판도를 결정적으로 재편시켜
놓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바로 그 승부의 단초를 신임 회장들이 쥐고 있다.

요즘 주식시장에서는 돈도 없고, 정보도 없고, 재미도 없는 3무현상이
깊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 틈새에서도 회장이 교체된 그룹들은 시간이 갈수록 제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어느 곳에서는 기회를 잡은 듯이 보일것이고, 어느 곳에서는 공연히 그간의
모든 경영 부실이 신임 회장의 역량 부족탓으로 돌려질 가능성도 있다.

주투자는 어려울수록 큰 붓을 잡아야 하고 잘 나갈수록 작은 붓으로 그림을
그려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900포인트대가 무겁게 느껴지는 지금 주요 그룹회장교체
뉴스는 초대형 그림의 소재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 아태경제연구소장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