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침체의 늪을 벗너나지 못함에 따라 상품주식의 운용규모가
큰 기관투자가들의 주식평가손실 문제가 결산의 촛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12월 결산을 끝낸 은행들의 경우 은행감독원이 상품주식 평가손실의
30%만을 결산에 반영해도 되도록 결산지침을 대폭 완화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은행들은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월말 결산시 전체 상품주식 평가손실중 적어도 30%만큼은 결산에
반영해야 하는 증권회사들도 벌써부터 결산대책에 고심하는 눈치들이다.

특히 지난해 결산시 이미 발생했던 주식평가손실을 손익계산서에 전혀
계상하지 않았던 회사들은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

그런데 해마다 반복되는 주식평가손 문제와 관련하여 투자자들은 상품주식
에 대한 현행 평가방법의 문제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상품주식은 보유한 모든 종목의 취득원가와 시가의 총계를 비교하여 낮은
가격으로 평가하는 방법인 저가법을 적용함이 원칙이다.

그러나, 저가법을 엄격히 적용할 경우 많은 회사들이 주식평가손실 때문에
이익을 내기 어렵고 주주들에게 이익배당도 할수 없다는 이유로 강제적용을
유예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성을 크게 저해
함은 물론 손익조정을 위한 파행적인 투자행태를 조장하는 면이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결산기가 임박하면 보유한 주식을 팔았다가 되사는 이른바 자전거래가
성행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러한 자전거래는 장부가액을 현실화한다는 명목으로 이루어지지만
실제로는 현행 주식평가방법의 허점을 이용한 결산대책이라 볼수 있다.

전체적으로 평가손을 보고 있는 회사가 평가익을 낸 주식만을 골라서
처분하는 거래를 되풀이 하면 손익계산서에 계상되는 주식처분이익만큼
전체적인 평가손 금액도 늘어나게 마련이지만, 현재로서는 저가법 평가원칙
이 유명무실하기 때문에 이러한 평가손실중 일부만을 비용으로 계상해도
무방한 것이다.

결국 경영실적이 나쁜 회사일수록 이같은 거래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보유한 주식의 평가손실 규모를 상대적으로 더 커지게 된다.

현재 기관투자가들이 안고 있는 주식평가손실중 상당한 금액이 이러한
평가방법상의 허점에 기인한 것이라면 지나친 억측일까.

만약 상품주식을 시가로 평가하도록 한다면 결산목적의 자전거래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아뭏든 주식투자 규모가 큰 기관투자가들의 재무제표를 분석함에 있어서는
손익계산서에 표시된 당기순이익이나 대차대조표상의 자본총계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않되며 결산에 반영되지 않은 주식평가손실이 얼마나 숨어
있는지 주식의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유재권 <공인회계사.삼익회계법인>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