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건설이 결국 부도를 냈다.

금융기관부채 1조2,500억원인 도급순위 18위의 업체이다.

작년에 무너진 덕산 삼익 유원에 비해 규모가 큰만큼 파장도 클수밖에
없다.

공사 하도급업체가 760개사, 자재납품업체가 450개사나 된다.

이들 1,200여개 업체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일 것이고 보면 연쇄부도 우려도
크다.

공사중인 아파트가 29곳에 1만5,936가구나 되니까 그 입주 예정자들도
공기지연 등으로 손해를 볼수 밖에 없다.

피해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우성건설(1,167명)과 우성타이어등 7개 계열사 임직원과 그 가족들이
겪어야할 불안과 고통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부도가 나고 경영권이 바뀌면 상당수의 선량한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직장을 옮겨야 하는게 보통이다.

엄청난 피해자를 양산하게 된다는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도 부도를 내는
대기업주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기업의 영속성, 곧 부도를 내지 않는 것이 경영자가 최우선적으로
충실해야 할 덕목이라는 말도 바로 이런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한때 주택건설업계의 정상을 넘보던 우성건설의 부도를 접하면서 경영자
들이 거듭 명심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우성은 너무 많은 돈이 땅에 잠겨 부도를 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부산 대전등 주요 도시에서 땅을 과다 매입, 심각한 운전자금 부족사태에
직면한 데다 부동산경기가 침체, 미분양사태가 빚어졌기 때문에 부도를
냈다는 것이다.

결국 최고경영자의 과욕이 불행을 불렀다는 얘기가 된다.

최근 몇년새 계열회사를 5~6개나 늘렸다는 점도 같은 이유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경위가 어찌됐든, 부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건간에 지금 이시점
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부도파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바로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우성건설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과 관련
금융기관들이 부도처리와 동시에 법정관리를 거쳐 제3자인수 방침을 신속
하게 결정한 것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우성이 건설중이던 아파트를 비롯한 국내외 공사를 분양및 시공보증회사에
맡겨 가능한한 차질없이 시공되도록 후속조치를 마련키로 한것도 적절하다고
본다.

아울러 하청업체및 납품업체의 진성어음은 통상적인 전례에 따라 법정관리
가 되더라도 동결하지 않고 현금으로 지급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후퇴 기미가 완연한 상황이기 때문에 우성부도는 빠른
시일안에 그 충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매듭지어져야 한다.

통화당국은 시중자금상황을 일일 점검,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

악성루머로 인해 자금난이 가중되는 기업이 없도록 단속하는 것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채권 금융기관간 긴밀한 협조도 필수적이다.

부도기업 처리과정에서 관련금융기관들이 하청업체 지원을 놓고 이해를
달리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바로 그런 측면에서 재경원도 해야할 일이 많다.

우리는 80년대식 정부주도 특혜성 부실기업정리가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고 확신하지만 조정자로서의 정부역할은 긴요하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