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307) 제8부 아늑함 밤과 고요한 낮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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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노려보았다구? 난 그러지 않았는데"
보옥이 상운에게 변명을 늘어놓자 상운이 보옥의 손을 뿌리치며
쌀쌀하게 말했다.
"분명히 나를 그렇게 노려보았으면서 발뺌을 해요? 모든 일이 너 때문에
다 이렇게 되었다 하는 그런 표정이었잖아요"
"그게 아니었다구. 대옥이 화를 내고 나가니 기가 차서 나도 모르게
그런 표정을 지은 거지"
"그런 말에 누가 속을 줄 알고요"
상운이 걸음을 빨리 하여 최루를 끌다시피 해서 저쪽 모퉁이로
돌아갔다.
보옥은 멈춰 서서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후우 한숨을 쉬었다.
보옥은 머리를 두어 번 흔들고는 이번에는 대옥의 방으로 가보았다.
대옥은 방 한복판에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가 보옥이 미처 문지방을
넘어서기도 전에 보옥을 두 손으로 떠밀어 방 밖으로 내쫓고는 문을
쾅 닫아버렸다.
졸지에 당한 일이라 보옥은 멍한 표정으로 문 밖에 잠시 서 있다가
다시 방문을 열려고 하였으나 안에서 잠갔는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대옥 누이, 대옥 누이"
하며 목이 멘 소리로 불러도 보았지만 안에서는 아무 대꾸도 없었다.
상운도 달래고 대옥도 달래어 둘을 화해시키려 하였던 보옥은 오히려
둘에게 따돌림을 받은 셈이었다.
보옥은 몇번 더 불러보다가 낙심이 되어 그대로 우두커니 문 밖에
서 있었다.
습인은 보옥이 어디로 갔나 하고 찾으러 나왔다가 보옥의 그런 모습을
보고는 또 대옥과 언쟁이 붙었구나 하고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그런 때는 보옥에게 말을 붙이기도 힘든다는 것을 습인은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대옥 아가씨에게 저렇게 신경을 쓰다가 우리 도련님 죽고 말지. 습인은
속으로 혀를 차면서 돌아섰다.
대옥은 한참후 문 밖이 조용하자 보옥이 돌아간 모양이구나 하고 문을
살며시 열어보았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보옥이 여전히 그 자리에 붙박힌 듯 말뚝처럼 서 있는 게 아닌가.
대옥이 얼른 문을 도로 닫으려고 하자 보옥이 상체를 문에 기대며
안으로 들어왔다.
대옥도 이번에는 보옥을 밀치거나 하지 않았다.
다만 보옥이 안으로 들어오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이 침대로 가 벌렁
드러누워 이불을 뒤집어썼다.
보옥이 침대로 다가와 이불을 끌어당겼으나 대옥은 뒤집어쓴 이불을
두 손으로 꼭 붙잡고 놓지 않았다.
"대옥 누이, 왜 나에게 화를 내는 거야? 말 좀 해봐"
보옥이 결국 힘을 주어 이불을 끌어당겨 대옥의 얼굴이 드러나도록
하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1일자).
보옥이 상운에게 변명을 늘어놓자 상운이 보옥의 손을 뿌리치며
쌀쌀하게 말했다.
"분명히 나를 그렇게 노려보았으면서 발뺌을 해요? 모든 일이 너 때문에
다 이렇게 되었다 하는 그런 표정이었잖아요"
"그게 아니었다구. 대옥이 화를 내고 나가니 기가 차서 나도 모르게
그런 표정을 지은 거지"
"그런 말에 누가 속을 줄 알고요"
상운이 걸음을 빨리 하여 최루를 끌다시피 해서 저쪽 모퉁이로
돌아갔다.
보옥은 멈춰 서서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후우 한숨을 쉬었다.
보옥은 머리를 두어 번 흔들고는 이번에는 대옥의 방으로 가보았다.
대옥은 방 한복판에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가 보옥이 미처 문지방을
넘어서기도 전에 보옥을 두 손으로 떠밀어 방 밖으로 내쫓고는 문을
쾅 닫아버렸다.
졸지에 당한 일이라 보옥은 멍한 표정으로 문 밖에 잠시 서 있다가
다시 방문을 열려고 하였으나 안에서 잠갔는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대옥 누이, 대옥 누이"
하며 목이 멘 소리로 불러도 보았지만 안에서는 아무 대꾸도 없었다.
상운도 달래고 대옥도 달래어 둘을 화해시키려 하였던 보옥은 오히려
둘에게 따돌림을 받은 셈이었다.
보옥은 몇번 더 불러보다가 낙심이 되어 그대로 우두커니 문 밖에
서 있었다.
습인은 보옥이 어디로 갔나 하고 찾으러 나왔다가 보옥의 그런 모습을
보고는 또 대옥과 언쟁이 붙었구나 하고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그런 때는 보옥에게 말을 붙이기도 힘든다는 것을 습인은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대옥 아가씨에게 저렇게 신경을 쓰다가 우리 도련님 죽고 말지. 습인은
속으로 혀를 차면서 돌아섰다.
대옥은 한참후 문 밖이 조용하자 보옥이 돌아간 모양이구나 하고 문을
살며시 열어보았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보옥이 여전히 그 자리에 붙박힌 듯 말뚝처럼 서 있는 게 아닌가.
대옥이 얼른 문을 도로 닫으려고 하자 보옥이 상체를 문에 기대며
안으로 들어왔다.
대옥도 이번에는 보옥을 밀치거나 하지 않았다.
다만 보옥이 안으로 들어오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이 침대로 가 벌렁
드러누워 이불을 뒤집어썼다.
보옥이 침대로 다가와 이불을 끌어당겼으나 대옥은 뒤집어쓴 이불을
두 손으로 꼭 붙잡고 놓지 않았다.
"대옥 누이, 왜 나에게 화를 내는 거야? 말 좀 해봐"
보옥이 결국 힘을 주어 이불을 끌어당겨 대옥의 얼굴이 드러나도록
하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