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뉴욕증시에서 모토로라의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작년말 주가가 단기에 급등한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토로라의 주식을 팔고 있는 투자자들중에는 이 회사의 앞날이
예전만큼 밝지 않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모토로라는 미국이 자랑하는 세계적 첨단기업.

휴대전화에서는 세계 1위, 반도체에서는 4위에 올라있다.

특히 무선통신에 관한한 독보적 존재이다.

이 회사의 사업기반은 아직 탄탄하다.

94년 222억달러이던 매출은 지난해 270억달러로 증가했다.

순익도 16달러에서 18달러로 늘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모토로라의 작년 4.4분기 실적을 주목하고 있다.

4.4분기 매출은 73억달러.

1년전의 65억달러에 비해 13% 증가했다.

하지만 순익은 5억2,000만달러에서 4억3,000만달러로 줄었다.

매출총이익률도 8.0%에서 5.9%로 떨어졌다.

모토로라의 부회장겸 최고경영자인 개리 투커는 이에 대해 "무선통신
부문 가격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모토로라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됐다.

주력분야가 대대적으로 잠식당하고 있는데다 국내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가도를 질주해온 모토로라로서는 큰 시련이 아닐 수 없다.

모토로라가 직면한 첫번째 과제는 경쟁에서 살아남는 일이다.

최근 수년간 모토로라의 주력분야인 휴대전화사업에 수많은 업체가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채산성은 급격히 악화됐다.

후발업체들의 가격파괴공략에 품질만으로 맞설수 없게 됐다.

선두를 지키려면 기술개발비를 대폭 늘려야 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마이크로웨어의 지분
11%를 인수했다.

소프트웨어를 보강함으로써 후발업체들을 따돌리기 위해서였다.

모토로라가 당면한 두번째 과제는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종래 이 회사가 벌여온 사업은 기업이나 정부를 상대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회사 규모나 입지에 비해 소비자들에게는 지명도가 낮은
편이다.

수년전 야심작으로 내놓은 개인휴대통신기 ''엔보이''의 판매가 부진했던
것도 마케팅이 약했기 때문이다.

새로 시작한 PC사업에서도 어설픈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응
받는다.

모토로라는 금년말 마이크로프로세서로 ''파워PC''를 장작한 PC를 내놓을
예정이지만 성공여부가 불확실하다.

모토로라는 마케팅에 관한 조언을 얻으려는 속셈으로 생활용품업체인
프록터&갬블(P&G)의 최고경영자 존 페퍼를 이사진에 끌어들였다.

또 지난해 사내대학 ''모토로라 유니버시티''를 설립, 마케팅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모토로라의 세번째 과제는 해외사장, 특히 중국이나 동유럽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을 개척하는 일이다.

국내시장은 이미 성숙단계에 진입했다.

해외시장을 개척하지 않고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지난해 모토로라의 매출에서 해외부문이 차지한 비중은 64%.

90년의 44%에 비해 20% 포인트나 높아졌다.

그러나 모토로라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2000년까지 이 비율을
75%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모토로라가 중국시장에 진출하려 했을때 중국정부는 기술이전을 강력히
요구했다.

결국 모토로라는 7억2,000만달러를 들여 중국에 반도체공장을 짓기로
했다.

모토로라는 신사업 신시장을 향해 낯선 길을 떠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련을 겪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모토로라로서는 날이
밝기까지 먼길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김광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