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주저앉기를 벌써 몇달 째다.

정부 당국자들이 무책임한 말들을 내뱉을 때마다 증시가 따라 춤추는
기이한 현상도 최근엔 반복되고 있다.

결국 주가는 93년말 수준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9.5%의 GNP상승이나 2배 증가한 상장기업들의 순이익도 주식에는
전혀 반영되지 못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주가하락이 증시 내부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데 주목
한다.

바로 이점때문에 정부의 진지한 의지만 있다면 증시 붕괴는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방법이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증시 회생 대책으로 <>과다한 민영화 정책의 포기 <>주식의
액면 자유화 <>싯가배당제 도입 <>수수료 인하 <>기관투자가 육성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 액면자유화 ]]]

상장주식의 액면은 지난 87년 당시 5백원에서 5천원으로 조정됐다.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로 보면 1만3천원이던 것이 하루만에 13만원이 되어
초고가주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삼성전자 주식의 현 PER은 불과 "5배".

주당가치는 세계적인 우량주지만 주가가 17만원을 넘어서기만 하면
심리적인 저항선이 구축돼 번번이 추가 상승이 무산되는 취약점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나 일본도 주가상승기마다 과감한 액면분할을 단행해
고가권에 대한 부담을 없애준다며 우리 정부의 경직적인 대응을 탓하고
있다.

실제로 이동통신등 해외에 상장된 한국주식들도 포철이 4분의1로, 이통이
30분의 1로 액면을 분할 상장해 투자자들의 투자의욕을 부추겼었다.

굳이 국내 투자자들만 비싼 주식을 사야할 이유가 없다는게 주장의 요지다.

[[[ 싯가배당 ]]]

우리증시의 배당수익율은 1.2%.

일본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은 그러나 금리가 2~3%에 불과해 배당수익율이 금리와 크게 차이가
없지만 우리나라의 배당수익은 금리의 무려 10분의1에 불과하다.

그러니 장기투자는 사라지고 소위 머니게임만 하게 된다는 것이다.

증시를 살리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배당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민영화 연기 ]]]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를 일정기간 연기해야 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경영권을 정부가 계속 장악하고 있는 유사민영화는 증시자금이 결과적으로
비효율적인 정부부문에 흡수되는 역작용을 초래한다는게 주장의 요지다.

결국 단순한 정부 지분 매각은 경영권 없는 우선주를 무제한 공급하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당국자들이 "주가를 어떻게 올리나"라고 푸념하기 전에 증시에 대한 깊은
고찰부터 해줄 것을 당부하는 말들이다.

< 정규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