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북부 유럽의 겨울은 어떻게 보면 좋지 않은 기후만을 골라 놓은 것같은
인상이 들 정도로 우리나라의 겨울과는 다르다.

겨울이니 추운 것은 당연하겠지만 우선 해를 보기가 거의 힘들어 추위의
정도를 더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금방 내려 앉을듯 낮게 드리워진 구름, 더 시리게 느껴지는 바람은 추운
몸과 마음을 더욱 가라앉게 한다.

더욱이 높은 위도때문에 해는 늦게 뜨고 일찍 진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경우에는 9시반쯤 지평선 저쪽에 해가 떠서 점심먹고
조금 있다 오후3시쯤되면 어둑어둑해지는 것이다.

이같은 자연적.지리적 조건은 이들로 하여금 난방에 대해 특별한 노하우를
가질 수 밖에 없게 했고 그 가운데서도 지역난방에 상당한 관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현재 유럽에서 지역난방을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20개국에 이른다.

전세계의 지역난방을 이들이 주도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남한면적의 3배가 넘는 국토에 5백만의 인구가 사는 나라 핀란드는 겨울에
그야말로 혹독한 추위를 겪어야 한다.

남쪽끝에 있는 수도 헬싱키도 영하 20도는 보통이고 30도까지도 곧잘
내려간다니 추위를 짐작할만하다.

따라서 이들은 반년 가까이되는 겨울추위를 이기는 것이 삶에 있어 거의
전부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닌데 핀란드가 가장 선호하는 난방방식이 바로
지역난방인 것이다.

30년대까지만해도 대부분 중앙난방설비를 갖고 있던 집들이 대부분이었으나
2차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수력발전소의 3분의 1이상이 파괴, 동력생산설비가
크게 부족하게 됐다.

여기에 연료공급량도 어려움을 겪게 되자 정부차원에서 에너지효율을
개선하기위해 열병합발전소건설에 속속 착수, 지역난방을 보급하기 시작
하면서 오늘과 같은 시스팀으로 발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지난해말 현재 지역난방은 난방수요의 44%를 점하고 있는데 헬싱키의
보급률은 무려 90%를 나타내고 있다.

모두 2백17개업체가 9백42개의 열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배관망은 무려 7천7km에 이른다.

지역난방열 생산시설중 열병합발전이 72%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료는 석탄
41%, 천연가스 25%의 순으로 이어지고 있다.

핀란드 지역난방협회의 하이키 코비스토회장은 회원사인 EKONO사로부터
이야기를 들어 한국의 겨울과 지역난방사업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한국
같이 인구밀도가 높은 경우에는 지역난방이 가장 최적의 난방시스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비스토 회장은 "핀란드에서는 아직 열병합발전(CHP)운영에 따른 별다른
사고나 발전시설설치에 따른 주민들의 반대같은 것은 있어본 적이 없다"면서
한국의 경우도 시간이 흐르면 지역난방에 대한 일부 오해가 불식될 것으로
본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전했다.

넓은 국토때문에 발전시설의 입지선정이 용이한 데 따른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코비스토회장은 웃으면서 "교외에다 지으면 배관망설치에
돈이 많이 들어 어려움이 많고 실제 지금 있는 발전시설들도 도심에 있는
것이 엄청나게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핀란드내에서도 발전시설설치에 따른 환경오염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으나 기술적으로 모든 문제를 극복한데다 정부나 민간환경단체
에서 24시간 감시를 하고 있는만큼 어떤 국민도 그같은 점을 걱정하는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배연이니 탈황이니 하는 것은 수십년전 이야기라는 설명이다.

독일의 경우 지역난방보급률은 지난해말 현재 12%수준이다.

핀란드에 비하면 많이 떨어지는 수준이나 지난 73년 보급률이 7%였던
것을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독일정부는 열병합발전시설을 이용한 지역난방보급이 에너지의 효율적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우위를 가진 것은 인정하지만 에너지정책의 변화에
따른 전력비용과 난방비용의 차이때문에 지역난방보급정책을 미루어왔던
것인데 최근들면서 지역난방을 정책적으로 밀고 있다는 정부관리의 말이다.

영국은 산악지대가 거의 없고 주택지의 인구밀도가 낮아 대단위 지역난방은
없고 건물에 소규모 열병합발전시설을 설치, 인근 건물에 연계해 열공급하는
방식으로 전국적으로 지역난방보급률은 1.5%선이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지역난방에 대한 연구는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앞서가는 인상을 주었다.

런던교외에 있는 영국 환경부 산하기관인 Building Research Establishment
의 폴 데이비드슨박사는 "영국은 지역마다 자치단체별로 난방연료가 다른
것은 물론이고 전기.수도정책도 달라 어떤 일원화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어렵지만 한국같은 경우에는 중앙정부가 상당한 권한과 힘을 갖고 있는만큼
지역난방같은 정책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 양승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3일자).